역대급 폭염이 부른 ‘폭탄 청구서’ … 건강·냉방비 공포에 서민들 ‘벌벌’

입력 : 2024-08-25 18: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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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냉방에 전기요금 과다
감기·복통·두통 등 질환 창궐
20일 97.1GW 최고 전력수요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11일 오후 부산의 한 건물 외벽에 빼곡히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가동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11일 오후 부산의 한 건물 외벽에 빼곡히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가동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집에 있으면 전기세 폭탄 맞는다!” 25일 오후 3시 부산 민락골목시장 골목 어귀. 집에서 들고 나온 목욕탕 의자에 앉아 있던 정만순(84) 씨가 더운데 왜 밖에 있느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정 씨는 “낮 내내 에어컨을 틀면 돈이 얼마냐. 밖에서 최대한 오래 있다가 저녁 늦게 들어간다”고 했다. 정 씨처럼 동네 할머니들 여러 명이 이곳에 모인다. 대부분 에어컨이 있지만 더위보다 전기요금보다 청구서가 더 무섭다고 했다.

역대급 폭염으로 서민 건강과 가계부에 적신호가 켜졌다. 온종일 냉방기를 틀 수밖에 없는 식당과 카페 등 소상공인들은 곧 청구될 ‘냉방비 공포’를 호소한다. 사정이 더 딱한 서민은 전기요금 걱정에 에어컨을 트는 대신에 온몸을 감싸는 열기를 버틸 뿐이다. 과도한 냉방 탓에 감기, 복통, 두통 등 여름 질환도 창궐하고 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덥다’ ‘춥다’ 실랑이가 끊이질 않는다.

소상공인 상당수는 다음 달 날아올 전기요금 고지서가 벌써부터 두렵다고 했다. 수영구 광안동 한 카페 점주 이 모(38) 씨에게 지난달 날아온 전기요금은 약 70만 원. 지난해보다 20만 원가량 많았다. 무더위가 더 기승을 부린 이달 들어 울며 격자먹기 식으로 에어컨 가동 시간을 늘리고, 강도도 높였다. 이 씨는 “영업 시간 내내 에어컨을 가동한다. 이달엔 전기요금이 얼마나 더 나올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24시간 냉방’이 일상화하면서 감기, 두통, 복통, 인후통 등 이른바 여름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시내 한 카페 손님 김정훈(51) 씨는 “집에서도 밤새 에어컨을 틀고 밖에서도 에어컨을 튼 실내에서만 지내니 콧물이 계속 나온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에게는 불볕더위에 한기를 참는 일이 고충이다. 부산 수영구 민락동 한 백반집은 브레이크 타임이 시작되는 오후 3시부터 에어컨을 끈다. 사장 김정진(58) 씨는 목에 수건까지 둘렀다. 김 씨는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고 있으면 목이 내내 안 좋다. 브레이크 타임이라도 에어컨을 끈다”고 말했다.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는 내부 온도를 놓고 “춥다” “덥다”를 놓고 실랑이도 흔하게 벌어진다. 코로나19 재유행도 더위를 피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탓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이달 말 코로나19 환자가 주당 35만 명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력 수요도 꺾일 기미가 안 보인다. 25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최대 전력수요가 97.1GW(기가와트)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20일 오후 8시 전력수요는 95.8GW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를 기록한 8월 7일 오후 8시 전력수요 90.7GW보다 5.65% 증가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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