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이른바 ‘서학개미’의 해외 증권투자 증가가 외환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12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실린 ‘최근 외국인 및 거주자의 증권투자 흐름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7월 중 외국인 국내증권투자(22억 4000만 달러)는 채권을 중심으로 둔화했으나, 같은 기간 거주자 해외증권투자는 101억 1000만 달러 순투자를 기록했다. 거주자 해외증권투자는 올해 상반기 월평균 수준(69억 5000만 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상품별로 따져보면, 주식이 미국 빅테크 기업(거대 정보통신 기업) 주가 조정 등에도 순투자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채권도 크게 확대됐다.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미 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향후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이득을 노린 채권 투자 자금이 유입됐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앞으로도 증권투자는 거주자 해외증권투자 우위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국민연금 기금 등의 해외투자 확대·개인투자자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나 외국인 국내증권투자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경제 전망에 따라 주식투자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은 거주자 해외증권 투자 우위 흐름이 대외리스크 요인 전개에 따라 외환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과거 대외리스크 확대 시 외국인 국내 주식 자금은 해외로 유출됐지만 거주자 해외주식 자금은 자금 환류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코로나19 위기 시 오히려 순투자가 늘어났던 점 등을 거론했다.
한은은 최근 엔화 강세가 원·달러 환율, 국내 자본 유출입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엔화 강세 배경으로는 미·일 간 금리차 축소 기대와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 강화에 따른 투자자금 환류가 꼽힌다. 또 일본 외환 당국이 엔화 절하가 일본 경제에 더 이상 득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공유하며 대규모 시장 안정화 조치를 단행한 것도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엔화가 당분간 미 달러화 대비 강세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위험회피 심리 확산 시 추가 절상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최근 엔화 선물 과매도 포지션이 상당 부분 정리됐고 일본과 여타국 간 절대적인 금리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자금 쏠림 등에 따른 엔·달러 환율 급락 가능성은 작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유입이 많지 않았고 엔화 차입 규모도 크지 않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일본계 자금의 본국 환류가 발생하더라도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증폭되는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높아질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