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화장실에 가도 개운하지 않고 변비와 설사를 반복했다. 평소와 다른 변화를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A 씨는 혈변을 보고 난 뒤에야 병원을 찾았고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대장암은 2021년 기준으로 국내 발생 암 중에서 갑상선(12.7%) 다음으로 많은 암(11.8%)이다. 전년도 2위였던 폐암(11.4%)과 순위를 바꿨다. 50대 이상이 많이 걸리지만, 최근에는 식습관의 변화 등으로 젊은 층에서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배변 습관 변화 잘 살펴야
대장은 소장의 끝에서 시작해 항문까지 연결된 긴 튜브 모양의 소화 기관이다. 대장암은 이 부위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발생 위치에 따라 결장암과 직장암으로 나뉜다.
대장암은 유전적 요인, 음식과 식습관, 생활 습관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 중 대장암이나 용종, 자궁내막암, 난소암, 위암 등의 병력이 있는 경우, 붉은 고기나 가공육이 많은 식단, 비만, 지나친 음주, 흡연 등이 대장암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국내 대장암 발생은 2010년부터 감소 추세였으나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다시 연평균 2.6%의 증가율을 보였다. 성비로 보면 1.4 대 1로 남성이 더 많고, 35~64세 남성에서는 가장 많이 발생한 암종이다. 전체 연령대별로는 60대(26.3%), 70대(22.3%), 50대(19.6%) 순이다.
특히 젊은 층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30대 환자가 2019년(3606명)에서 2023년(6110명)까지 4년 새 69.4%나 늘었다. 2022년에는 한국의 20~49세 대장암 발생률이 조사 대상 42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대장암은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으며,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병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주요 증상은 배변 습관의 변화, 변비 혹은 설사, 혈변 또는 끈적한 점액변, 복통, 복부 팽만, 식욕 부진, 소화 불량, 체중 감소 등이다.
센텀종합병원 대장항문외과 안민성 부장은 "혈변이 나오면 치질(치핵)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평소보다 변이 가늘어지거나 끈적한 점액변이 나오는 등 대변의 양상에 변화가 있으면 대장암 증상일 수 있다"며 "갑자기 배변 활동이 힘들어지거나 횟수가 바뀌는 등 배변 습관의 변화를 잘 살피고, 증상이 있다면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대부분 복강경 수술·항문 보존
대장암은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한 조직 검사에서 암 세포가 발견될 때 확진한다. 이후 복부와 흉부 CT, MRI, PET CT를 시행해 암의 병기를 예측하고 병기에 맞는 치료를 진행한다. 이 밖에 직장수지검사, 대변 검사, 혈액 검사 등으로 진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장암은 수술로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우선적으로 수술을 고려한다. 최근에는 대부분 복강경 수술을 하는데, 절개 부위가 작기 때문에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센텀종합병원의 경우 대장암 환자가 진단 1~2주 안에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직장암 2기 이상은 수술 전 항암 방사선치료를 시행하며, 수술 후 병기에 따라 보조적 항암치료가 이루어진다. 4기는 기존의 항암치료에 표적치료 약제를 추가한다. 대장암은 다른 암과 달리 4기라도 수술 이후 항암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할 경우 좋은 예후를 보이기도 한다.
대장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74.3%(2017~2021년 발생)로, 1993~1995년 발생(53.2%)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암이 발생 장기를 넘어서지 않은 단계에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한다면 생존율은 90%를 웃돈다.
대장암 수술에서 환자들의 관심사는 항문 보존 여부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대부분 직장암에서 항문을 보존한 상태로 종양을 제거한다. 항문과 가까운 위치에서 진행된 경우에도 방사선치료를 거쳐 암 크기를 줄인 후에 괄약근 보존술을 시행해 항문을 살리기도 한다.
대장암 예방에는 바른 식습관이 중요하다. 전체 칼로리와 함께 붉은 고기(소고기, 돼지고기)를 줄이고, 섬유소와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충분한 신체 활동과 금주·금연도 필수다.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40대부터 정기적으로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 센텀종합병원 안민성 부장은 "가족 중에 암 환자가 있거나, 용종, 염증성 장질환, 유전성 암이 있는 고위험군은 전문가와 상담해 더 빠른 연령대부터 더 자주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