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남 녹취록'에 친한·친윤 기싸움… 윤·한 갈등에 기름?

입력 : 2024-10-02 18:33:15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조직 플레이” vs “개인 행동” 대립
국힘, 김 전 선임행정관 진상 조사
재보선 앞두고 악재 우려 목소리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갖고 중동의 우리 국민 철수를 위해 군 수송기를 즉각 투입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갖고 중동의 우리 국민 철수를 위해 군 수송기를 즉각 투입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연합뉴스

이른바 ‘김대남 녹취록’이 윤·한 갈등을 비롯한 여권 내 분열 기류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가 부딪히는 상황 속 한동훈 대표를 제외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용산에서 윤 대통령과 만찬을 가지는 등 10·16 재보선을 앞두고 당정 관계가 한층 안갯속으로 빠지는 형국이다.

2일 국민의힘 내에선 김대남 녹취록을 둘러싼 기싸움이 이어졌다. 앞서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김 전 선임행정관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울의소리 측과의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 후보를)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친한계는 이를 두고 ‘조직 플레이’라고 주장했다.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유튜브 ‘정치시그널’에서 “이완용은 나라를 팔아먹었는데 김대남 씨는 진영을 팔아먹었다”며 “진영을 팔아먹은 행위가 단독범행이었는지, 조직 플레이였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선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를 떨어뜨리기 위한 당내 움직임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반면, 친윤계는 선을 그었다. 김 전 선임행정관의 개인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한 친윤계 의원은 “김 전 행정관 배후에 대통령실이 있었다는 식의 주장은 당정이 공멸로 가는 길”이라며 “총선 공천 탈락에 의한 개인적인 감정에서 나온 일탈이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전 선임행정관에 대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그가 당직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진상 조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국민의힘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김대남 녹취록 여파가 또 다른 내홍의 불씨로 작용하면서 윤·한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윤 대통령과 만찬을 가졌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제외됐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원내지도부와의 만찬은)매년 해 온 것이며 정기국회를 앞두고 그 이전에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 역시 이날 만찬 참석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한 갈등이 이어져 온 탓에 이를 두고도 당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과 독대도 못 하는 여당 대표”라고 비판하면서 불안정한 당정 관계를 연일 부각하는 상황이다.

10·16 재보궐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권 내에선 이 같은 당정 불화가 선거 악재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궐선거 이전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화합 회동이 이뤄질 지도 불투명하다. 여권 관계자는 “선거 유세를 두고 지역에서 중앙당 개입을 최소화해 달라는 게 이 같은 당정 불화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