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어린이 1만 1355명 사망… 5차 중동전쟁 위기감

입력 : 2024-10-06 18: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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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전쟁 1년

신원 확인 사망자 3만 4344명 중 30%
가자지구 인구 96% 기아·기근 고통
국경 넘어 레바논·이란으로 전선 확대
이스라엘 4개 세력 동시 상대 초유 사태
미국·이집트·카타르 휴전 중재도 무위

5일 일본 도쿄 조조지 사원 앞에서 열린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가자’라고 적힌 LED 촛불과 함께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5일 일본 도쿄 조조지 사원 앞에서 열린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가자’라고 적힌 LED 촛불과 함께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이 7일로 개전 1년을 맞았다. 휴전은커녕 이스라엘의 전선 확대로 팔레스타인 주민 사망자가 4만 명을 넘어가며 인도주의적 위기가 최악에 치달은 상황이다. 제5차 중동전쟁이 발발 직전까지 다가오면서 전운이 잔뜩 드리운 상황이다. ▶관련 기사 12면

■사망자만 4만 명 넘어서

하마스는 작년 10월 7일 이른바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감행하며 이스라엘 남부를 급습했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인과 외국인 약 1200명이 숨지고 250명 넘게 인질로 가자에 끌려갔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을 위해 2014년 ‘50일 전쟁’ 이후 9년 만에 지상전을 선택했다.

전쟁 발발 초기만 하더라도 이른 시일 내 종료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도 했다. 같은해 11월 24일 양측이 일시 휴전에 합의해 인질 일부와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맞교환하면서다. 하지만 일주일 만인 12월 1일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며 작전을 재개했고 무력 충돌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가자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는 15만 명에 달한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5일 기준 팔레스타인 주민 중 전쟁 사망자가 4만1825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지난 8월 31일 기준 신원이 확인된 3만 4344명의 사망자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만 1355명이 어린이다. 여성은 6297명, 노인은 2955명이다. 부상자는 이보다 많은 9만 6910명이다.

치열한 교전으로 인해 인프라가 무너지면서 가자지구 내 식량 상황도 크게 악화했다. 유엔의 통합식량안보단계(IPC)는 식량 위기 상황을 정상-경고-위기-비상-재앙·기근 등 5단계로 분류하는데, 가자지구 인구의 96%는 위기 이상 단계로 분류됐다. 이 중 기아가 실제화한 재앙·기근 인구는 49만 5000명에 달한다. 비상 인구는 74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4개 전선서 초유의 동시 전쟁

이처럼 인명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전쟁의 먹구름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소탕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판단하고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로 눈을 돌리면서다.

이스라엘은 지난 4월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이란 대사관 영사부 건물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간부 다수가 죽었다. 이에 이란은 같은 달 13~14일 미사일과 드론 320여 기를 동원해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보복 공습했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자국의 안보에 만성적 위협으로 꼽혀왔던 이란 대리 세력의 수뇌부를 겨냥했다. 지난 7월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가, 하루 뒤엔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가 테헤란에서 폭사했다. 지난달 17~18일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의 통신수단인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수천 대가 동시다발로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같은 달 23일 이스라엘은 레바논 각지를 융단폭격하며 ‘북쪽의 화살’ 작전 개시를 선언했고 나흘 뒤인 27일 베이루트 남부를 폭격,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숨통을 끊었다. 헤즈볼라 지휘부가 와해됐다는 판단 아래 지난달 30일 레바논 남부에 보병·전차 병력을 투입, 2006년 이후 18년 만의 지상전을 시작했다.

가자지구에서 시작된 전쟁은 국경을 넘어 레바논과 이란으로까지 확전하며 예멘 친이란 반군까지 포함한다면 이스라엘은 동시에 4개 세력을 상대하는 초유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중재국 만류도 무용지물

지난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일시 휴전이 이후 미국, 이집트, 카타르 등이 휴전 재합의 중재에 나섰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안이라며 단계별 휴전안을 공개했고 석 달 뒤인 8월 하마스가 그간 고집하던 선제적 영구 휴전 요구를 뺀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돌파구가 마련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집트-가자 국경의 길이 14km, 너비 100m의 좁은 완충지대 필라델피 회랑이 쟁점으로 떠올랐고 논의는 다시 평행선을 달리기 시작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 무기 밀수를 막으려면 이곳에서 절대 병력을 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지난 8월 31일 가자에서 인질 시신 6구가 발견되자 이스라엘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와 총파업이 열리며 전쟁을 강행해 온 네타냐후 총리가 수세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레바논 지상전 이후로는 지지율이 상승하며 다시 동력을 얻은 상황이다.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국들은 지난 9월 레바논과 3주간 휴전하는 협상안을 제시했으나 전쟁으로 해결하기로 결심한 이스라엘은 거부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을 포기한 후 급속히 힘이 빠지면서 미국이 네타냐후 총리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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