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서 국내 최초로 하역하는 컨테이너선에 메탄올을 급유하는 데 성공했다. LNG(액화천연가스)에 이어 잇따라 친환경 연료가 원활히 공급되면서, 부산항이 글로벌 녹색 항만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항만공사(BPA)는 지난 4일 부산항 신항 2부두에서 하역 중인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에 선박 대 선박(Ship To Ship, STS) 방식으로 연료를 공급했다고 7일 밝혔다. 103효동케미호(2367t급)가 안토니아 머스크호(1만 6000TEU급, 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분)에 11시간에 걸쳐 약 3000t의 메탄올을 급유한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벌크선이나 신조한 컨테이너선에 메탄올을 공급한 적은 있으나, 하역 중인 컨테이너선에 급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싱가포르항, 상하이항 등 전세계 일부 항만에서만 메탄올 벙커링·하역 동시작업이 시범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BPA 탄소중립사업부 관계자는 "무거운 컨테이너를 옮기며 배에 충격을 주는 하역과 위험한 연료를 공급하는 벙커링을 동시에 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라면서 "특히 메탄올은 LNG에 비해 값이 비싸고 독성이 있어 다루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친환경 연료 벙커링·하역 동시작업은 글로벌 항만을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정박 시간과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글로벌 선사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기존 선박용 기름은 육지의 저장 탱크에서 곧바로 급유가 가능했다. 그러나 LNG, 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는 컨테이너 항만에 저장 탱크가 없어 전용 케미컬선을 통해 해상에서 공급해야 한다. 무색무취에 독성이 있는 연료도 있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다.
부산항은 이번 실증으로 컨테이너선에 LNG와 메탄올 모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글로벌 친환경 항만으로서 입지를 다지게 됐다. 지난 8월에는 신항 5부두에서 국내 처음으로 하역하는 컨테이너선에 STS 방식으로 LNG가 공급됐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1월 수립된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망 구축 방안'에 따라 메탄올 벙커링·하역 동시작업 실증을 추진해 왔다.
BPA도 성공적인 실증을 위해 사용자에게 항만시설 이용료를 면제해 주고, 관계기관 협의체를 통해 안전을 점검했다.
BPA 강준석 사장은 "친환경 선박연료 벙커링 확대에 대비해 관련 인프라 구축과 기술 개발에 지속적으로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