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2시께 부산진구 부전동 청년 공간 ‘와글와글플랫폼’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와글와글플랫폼을 관리하는 기관 측은 “봉사자가 없어 화, 목, 금요일 낮에는 문을 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와글와글플랫폼은 2020년 7월 173㎡ 면적, 한 개 층 규모로 조성됐다. 당시 은둔 청년 자립을 취지로 시설이 마련됐으나 이후 청년 커뮤니티, 청년 문화 시설로 확장했다. 하지만 시설관리자가 없어 낮에는 시설 이용이 어렵다.
부산에 ‘청년 거점’ ‘문화 거점’을 표방하며 들어선 여러 청년·문화시설들이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일부 시설은 매년 유지비 수십억 원이 들어가는 ‘세금 하마’로 전락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활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13년 문을 연 사상인디스테이션도 청년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사상인디스테이션은 지상 3층, 2개 동 규모로 청년 인디 문화의 성지를 기대하며 부산시가 예산 20억 원을 투입해 만든 시설이다. 하지만 시설 노후, 콘텐츠 부족 등으로 외면받는 심세다. 올해 사상인디스테이션 대관은 10차례에 그쳤다. 자발적으로 공간을 찾는 청년은 드문 상황이다. 사상구청 측은 자체 사업인 ‘사상역 문화숲’ 조성에 걸림돌이 된다는 입장이다.
부산 수영구 도시철도3호선 망미역 인근에 위치한 비콘 그라운드는 적자 신세다. 부산시설공단에 따르면 국·시비 90억 원을 들여 조성한 문화시설인 비콘 그라운드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28억 700만 원의 손실이 났다. 출발 당시 기대를 모았던 비콘 그라운드는 고가도로 하부 공간, 상수도 시설 부족 등 복합적 이유로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청년들은 청년시설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전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소속 엄창환(39) 씨 “청년 공간의 용도는 원데이 클래스, 특강 행사장 정도”이라며 “부산 청년 정책을 전달하고 펼치기 위한 청년 공간이 과연 몇 곳이나 될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시가 추진하는 청년 정책과 청년 공간을 엮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에는 ‘청년 문화 거점’을 표방한 시설이 모두 27곳이 있다. 여기에 일선 구·군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청년 시설이나 문화 시설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상당히 많다.
영산대 오창호 관광컨벤션학과 교수는 “지역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문화 시설만 조성한 탓에 정작 이용객들이 찾지 않는다”며 “새로운 활용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내년에 청년 문화 시설 활성화 사업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