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자유구역에서는 경관에 대한 시민 관심이 높아 2020년 기준 연간 2689건에 달하는 경관 관련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연간 100건 이상의 경관 심의 정보공개 청구가 들어오며 국제도시에 부합하지 않는 건물이 조건부 통과되면 이 건물이 도시와 어울리느냐는 항의와 민원 접수가 들어옵니다. 경관심의가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29일 오후 부산역 부산유라시아플랫폼에서 개최된 부산 첫 도시경관 역량 강화 워크숍의 발표자로 나선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이민수 도시디자인단장은 “도시경관은 ‘보이는 대상’과 ‘보는 주체’의 양자 간의 관계로 성립되기 때문에 주관적 영역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저는 도시경관이 객관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도시디자인단은 청장 아래 차장 직속기관으로 존재하며, 경관심의를 까다롭게 하기로 유명하다. 그 덕에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은 국내에서 경관이 잘 관리되고 있는 구역으로 꼽히며 대한민국 경관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송도국제도시와 영종도, 청라국제도시를 잇는 경제자유구역이다.
경관 행정 업무를 17년 간 해온 이 단장은 “송도는 매립된 도시라 높낮이가 없는 도시이고, 그런 도시를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텐트형으로 구성한 경관 계획을 마련했다. 또한 별도의 사업계획이 마련될 때마다 별도의 경관 상세계획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의 사례 발표 중 특히 관심을 끈 사례는 송도 센트럴 파크 주변 건물이 두 구역으로 나뉘어 눈에 띄게 차이가 난 지역이었다. 한쪽은 센트럴 파크에 어울리게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물결을 연상케 하는 건물 배치와 통경축이 이뤄진 반면, 한쪽은 병풍처럼 센트럴 파크를 에워싼 것이 특징이었다.
이 단장은 “경관심의가 잠시 폐지됐던 시점에 지어진 건물들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경관 행정은 이렇게 삶의 공간에서 체감으로 바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발표자로 나선, 부산시 경관계획 재정비 용역을 한 한영숙 (주)싸이트플래닝건축사사무소 대표는 현재의 경관계획이 가진 한계를 언급하며, “경관계획은 1~2년짜리가 아닌 30년, 50년, 100년짜리 계획이 돼야 하고, 부산 시민들이 바라는 염원이 뭔지 알아내 이를 실현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관 관리를 위해 민간 유도만으로 안 된다면 상세 관리 지침을 만들고 공공지구단위계획까지 마련해야 20~30년 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소장에 따르면 부산 자치구 중 경관계획을 따로 수립한 구는 해운대구가 유일하다.
한 소장은 시 중점경관관리구역과 자치구의 경관계획이 상호보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점경관관리구역을 흰여울마을이나 센텀2산단 등으로 더 확대할 필요가 있고, 특정경관계획을 통해 더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워크숍에 앞서 김유진 부산시 미래디자인본부장은 “그동안 시 경관위원회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색채, 조명 등 자기 분야만 보다 보니 전체 경관 관리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경관 담당 공무원부터 경관계획 취지를 알아야 제대로 된 경관 관리가 되겠다고 생각해 이번 워크숍을 개최하게 됐다”면서 “최근 이기대 아파트 문제가 있었는데, 아쉽고 안타까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 일을 계기로 부산 경관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