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사하구청장 첫 공판 열려
총선 전 후보 지지 발언 혐의
북·동구청장, 1심서 당선무효형

부산 지역 구청장들의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구청장의 위법성 인식 정도와 이들의 발언과 행위가 선거에 미친 영향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이진재)는 18일 오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형찬 강서구청장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김 구청장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지역 행사에서 지역 국회의원 치적을 홍보하는 발언을 하거나 노래 일부를 개사해 김 의원의 호감도를 높이는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갑준 사하구청장도 지난 2월과 3월 관변단체 전 임원에게 당시 국민의힘 예비 후보 지지를 당부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지난 14일 첫 공판이 열렸다.

두 재판 모두 구청장 발언이 선거에 미친 영향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공무원 신분인 두 구청장이 국회의원 후보자를 홍보해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가 있다고 판단, 기소를 했다. 반면 두 구청장은 “사실 관계는 인정하나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과 무관하고 발언의 고의나 의도가 없고 홍보가 아닌 덕담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구청장과 이 구청장 재판은 유사한 사례로 천영기 경남 통영시장 공직선거법 위반 판결이 꼽힌다. 천 시장은 지난해 8월 지역 축제 현장에서 총선 입후보예정자였던 지역 국회의원 지지를 호소하고 호응을 유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선거일이 임박하지 않아 위법성 인식 정도도 낮았을 것이고, 선거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벌금 90만 원을 선고했다.

부산의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인 측에서도 위법성 인식 정도가 약하고 발언 자체가 선거 영향에 미미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다. 발언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판부가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는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은 1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고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해 헌법재판소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김진홍 부산 동구청장은 2022년 지방선거 때 미신고 계좌로 선거 비용을 지출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 100만 원을 선고받았으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