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조가 공무원 정년 연장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행정안전부와 대구시가 노사 협의로 공무직 공무원의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기로 한 가운데 공무원 노조가 행동에 나서면서 '정년 연장' 분위기가 확산할지 초미의 관심이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은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에 공무원 노후 소득 공백 해소를 위해 정년 연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공무원 노동자에게도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보장하도록 정부와 국회에 공무원 노동자의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자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이다.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2015년 이후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우리는 정부가 약속한 노후 소득 공백 해소 방안을 마련하라고 투쟁에 투쟁을 거듭했고, 정부는 지키지도 않는 약속을 반복하며 상황을 회피하려고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5월에도 당시 인사처장이 합의사항 이행을 직접 약속했지만, 어느 하나 진척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행안부 공무직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직사회에서 공무직 노동자들의 정년도 중요한 만큼 공무원 노동자의 정년 역시 중요하다”며 “정부는 이번 행안부 공무직 정년 연장을 기초로 공무원 노동자의 정년 연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지난 2015년 희생을 감수하고 연금개혁 사회적 합의에 동참하고 보상 없이 희생만 당하는 공무원 노동자를 위한 최소한의 도리”고 강조했다.
현장 발언에 나선 국응서 공노총 부위원장은 "정부의 이번 발표는 120만 공무원 노동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전형적으로 노·노 갈등을 유발하려는 모습”이라며 “이번 발표에 공무원 노동자의 정년 연장이 빠진 부분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공무원노동조합들과 논의 테이블을 마련하고 즉각 정년 연장 논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원길호 교육청노조 사무총장과 박종옥 대전동구노조 위원장은 "국회에는 65세로 정년 연장하는 (내용의) ‘고령자 고용법’ 개정안이 의원입법 발의로 계류 중이다. 기업과 시민, 국회가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정년 퇴직과 동시에 연금이 지급되지 않는 소득공백 시기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언론에 계속 나오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이번 공무직 노동자들의 정년을 연장한 것을 계기로, 공무원 노동자들의 안정된 노후 보장을 위해 소득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직종별 특수성을 감안한 정년 연장 논의에 지금 당장 나서라”고 압박했다.
한편, 대구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본청과 산하 사업소에서 시설물 유지보수 및 장비 관리, 상담, 상수도 검침 등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직 근로자 412명의 정년을 연장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내년 상반기 퇴직자부터 정년 연장 규정을 적용하고, 향후 5년간 매년 1년씩 공무직 근로자 정년을 연장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 60세가 되는 1965년생 근로자 정년은 61세까지 1년 더 연장되고, 2029년에는 공무직 근로자 정년이 65세까지 늘어난다. 대구시는 또 다자녀 가구 공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정년 뒤 계속 고용' 정책을 펼치고 있다. 2자녀 공무직 직원은 1년, 3자녀 이상 공무직 직원은 2년까지 계속 고용이 가능하다.
행안부는 지난 20일 소속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직 근로자 정년을 최대 65세로 연장했다.
대전 서구도 다자녀 가정 '공무직 근로자'를 정년 후 재고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대상자는 정년퇴직하는 해에 미성년 다자녀를 둔 공무직 근로자다.
지역 기업계도 정년 연장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울산에서는 현대자동차 노사가 매년 정년 연장을 주요 안건으로 단체협약 교섭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해 왔다. 현대차 노사는 우선 기술직(생산직) 촉탁 계약 기한을 현재 1년에서 1년을 더 추가하는 방식으로 정년을 연장했다. 촉탁 계약직은 정년퇴직한 조합원을 신입사원과 비슷한 임금을 지급하고 다시 재고용하는 것이다.
정년 연장에 대해 기업계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지난해 5∼6월 연 매출 500억 원 이상 부산지역 기업 515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년 연장에 대한 기업인 의견 조사' 결과, 전체의 77.1%가 정년 연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