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향토 기업이 3년 연속 세계 최고가 명란 낙찰에 성공하며 ‘명란 본고장’ 부산의 명성을 지켰다. 명란 최대 소비국인 일본을 제치고 부산 업체가 최고급 명란을 연이어 차지하면서, 부산 명란의 품질과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 사하구에 본사를 둔 명란 가공·유통 전문 기업 덕화푸드는 지난 4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명란 경매에서 미국산 명란 32.6t을 약 5663만 엔(4억 9000만 원)에 낙찰받았다. 단가는 kg당 1738엔이다. 명란은 일본 수요가 가장 많아 국제 경매에서 주로 엔화로 거래된다. 낙찰 이후 전 세계에서 거래된 명란 경매 결과를 분석한 결과, 덕화푸드가 구매한 명란이 올해 kg당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오호츠크해에서 잡힌 러시아산 명란은 부산 감천항에서, 베링해에서 잡힌 미국산 명란은 미국 시애틀에서 매년 3~5월 사이 경매된다.
덕화푸드는 이번 경매로 3년 연속 세계 최고가 명란을 낙찰받는 기록을 세웠다. 앞서 2022년에도 미국산 명란 22.5t을 약 3913만 엔(3억 8209만 원)에 구매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단가는 kg당 1739엔으로 2019년 최고 단가인 1178엔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도 6.4t 명란을 약 1043만 엔(1억 32만 원)에 낙찰받으며 기록을 이어갔다. 덕화푸드 측은 “세계 최고가로 낙찰받은 명란은 자사 프리미엄 식품에 사용된다”고 전했다.
명태알을 뜻하는 명란은 한국과 일본이 주로 소비하는 데 시장 규모는 일본이 한국보다 5~10배 더 크다. 명란 주요 생산지는 미국과 러시아다. 미국산 명란은 러시아산보다 생산량은 적지만, 껍질이 얇고 알이 고와 품질 면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국내 연안에서는 고수온으로 인해 더는 명태가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 최고급 명란을 부산 업체가 유통·가공하면서 부산 명란의 품질과 위상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여전히 주요 명란 소비국이지만 한국에서도 명란의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명란 수입액은 6779만 달러였지만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도 9월 기준 6862만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통적인 명란젓뿐 아니라 특유의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활용한 명란 파스타, 명란 구이, 명란 솥밥 등 다양한 레시피가 개발되며 젊은 층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명란의 원조 도시도 부산이다. 1900년대 명태 주산지였던 함경남도 원산의 모든 명태는 부산을 거쳐 전국에 유통됐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부터 명란을 젓갈로 만든 명란젓을 먹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부산에도 명란젓이 대중화됐다. 1913년 부산에서 태어난 일본인 ‘가와하라 도시오’는 자국에 돌아간 뒤에도 부산의 명란젓 맛을 잊지 못했고, 현지에서 절임 형태의 명란을 개발했다. 이것이 국내에 역수입되며 오늘날 가장 흔한 형태의 ‘일본식 명란’이 됐다. 부산 동구청은 이런 역사를 적극 활용해 ‘명란로드’와 ‘명란브랜드연구소’를 만들기도 했다.
덕화푸드는 ‘명란 본고장’ 부산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명란 역사를 담은 포스터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숙성 절임 형태의 일본 명란과는 차별화해 저염, 태양초 고추를 첨가한 ‘조선식 명란’도 판매 중이다. 덕화푸드 장종수 대표는 “명란은 부산의 전통 음식을 넘어 세계적인 명품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면서 “명란의 고유한 맛과 역사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