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대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때보다 뚜렷하게 대비되는 후보가 나왔다. 진보 성향의 민주당은 유색인종 여성인 해리스 부통령을 내세웠고, 보수 색채가 강한 공화당은 백인 남성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한번 대권에 도전한다. 이처럼 판이한 두 후보는 대척점에 서서 양극단으로 갈라진 지지층을 최고조로 결집시켰다. 이번 미국 대선이 치열한 초박빙의 양상으로 흘러온 이유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국 역대 최초 여성 대통령이자, 첫 아시아계, 역대 두 번째 흑인 대통령에 이름을 올린다. 4년 만에 재집권에 도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78세의 최고령 대통령이자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첫 임기 후 낙선했다가 재선에 성공하는 대통령이 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통적인 미국식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 회복 및 수호, 여성의 ‘생식권’(출산과 관련해 여성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보호, 서민이나 중산층 경제 활성화 등을 내세우며 세 규합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난과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 급증 등 바이든 정부 국정 난맥상을 거칠게 공격했다.
현지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새로운 지지층으로 백인과 더불어 정치에 불만을 가진 청년 남성을 꼽는다. 미국의 싱크 탱크인 퓨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 남성 득표율은 52%였다. 그러나 2020년 낙선 때는 남성 득표율이 2%포인트 감소한 50%에 그쳤다. 젊은 남성들이 투표장에 많이 나올수록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반대로 백인 여성의 투표율이 관건이다. 퓨 리서치센터는 “민주당이 패배한 2016년 대선 당시 백인 여성 45%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투표했지만 다음 대선에서는 보다 향상된 46%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해리스 부통령은 막판 흑인과 아랍계 표심에도 구애를 펼쳤다. 지난 3일 그는 미시간주 최대 도시인 디트로이트의 한 흑인 교회를 찾아 연설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미시간주는 주민의 2.4%가 무슬림으로 미국 내에서 아랍계 인구가 많은 지역 중 하나다.
그간 두 후보는 미국의 외교와 안보 정책을 놓고도 극명하게 다른 인식을 제시하며 각기 다른 지지층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 각지의 무력 충돌을 미국 내 유권자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에 따라 대선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