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가 옛 백병원 부지에 공동주택을 건립(부산일보 2023년 4월 21일 자 12면 보도)하겠다는 사업시행자의 제안을 결국 받아들였다. 지난 2년간 이 사안을 두고 법원 소송과 경남도 행정심판을 거칠 만큼 강하게 반대했던 김해시가 돌연 아파트 건립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그 배경에 시민 관심이 쏠린다.
10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해시는 지난 6일 옛 백병원 부지였던 삼계동 1518번지 일대 3만 4139㎡에 계획된 종합의료시설 용지를 폐지하는 ‘북부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을 고시했다. 이 부지는 3만 3156㎡ 규모의 공동주택용지로 대체된다.
폐지된 종합의료시설 용지는 1996년 북부지구 택지조성사업이 추진될 때 인제대가 백병원을 짓겠다며 분양받아 2003년 141억 6000만 원을 치르고 계약한 땅이다. 이후 인제대는 사업성을 이유로 2021년 12월 ㈜굿앤네트웍스에 385억 1000만 원을 받고 팔았다.
땅을 매수한 ㈜굿앤네트웍스가 이듬해 11월 시에 종합의료시설 용지를 공공주택용지로 변경해달라고 신청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인제대가 땅을 매각할 때 김해시가 약정해제권을 행사했으면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었지만, 이를 묵인한 사실이 밝혀져 비난을 샀다.
시는 부랴부랴 인제학원에 반환 채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9월 패소했다. 당시 시는 인제학원이 땅을 매각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인제학원은 정식으로 동의받지 않았으나 시가 인지하고 있었다고 맞섰다. 법원은 인제학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도 “시가 항소하지 않아 지난해 10월 재판 결과가 확정됐다”면서 “약정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는 인제학원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위약금 14억여 원과 매매대금 차액 244억여 원 등도 받지 못하게 됐다.
김해시는 반환 채권 청구 소송에서는 졌지만, 종합의료시설 용지를 공공주택용지로 변경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이에 사업시행자는 지난해 11월 경남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기각됐다. 그런데 돌연 시가 입장을 바꿔 공공주택용지로 변경하겠다고 고시를 낸 것이다. 용도를 변경해야 할 법적 근거나 급박한 사유가 없는 데도 시가 나서서 아파트를 세울 수 있게 길을 터주는 꼴이 됐다.
옛 백병원 부지에는 공동주택 29층짜리 6개동, 670세대가 들어올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과거 대비 주변 환경이 바뀌었고 미관상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최근 공공의료원 건립이 본격화하면서 지역 의료시설 여건이 달라졌다는 판단이 있었다”면서 “이곳에 의료시설이 유치가 안 되는데 그대로 방치할 수 없어 도시미관 등을 고려해 공공주택 건립을 승인하게 됐다. 확정된 사안”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업시행자 측이 공공기여로 용도 변경 전과 후 토지 감정평가 차액 100%를 내놓기로 했다. 200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