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비율로 떨어진 가운데, 합계출산율 하락에 대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원인이 다른 것으로 나왔다. 수도권은 집문제로, 비수도권은 일자리와 교육·문화 등의 문제로 출산율이 하락했다는 진단이다.
국토연구원은 12일 ‘국토불균형과 저출산의 관계’ 보고서를 내고 “국가적인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그 속도와 수위는 지역마다 다르다”고 밝혔다.
합계출산율은 서울이 가장 낮지만, 지방에서도 일자리 여건이 위태로운 주요 산업도시를 중심으로 합계출산율이 서울보다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인구 1000명당 출생아수를 말하는 ‘조출생률’은 지방에서 낮은 값이 집중돼 있는데, 이는 출산을 담당할 청년들이 기회와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이탈하는 추세 때문이며 울산·거제 등 청년인구 이탈이 컸던 지방도시에서 가장 가파르게 하락했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경우, 집값과 생활비용의 가파른 상승세가 주거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며 직장과 집이 거리가 멀어 통근비용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지방으로부터의 인구유입으로 수도권 과밀은 더 악화되고 이는 부동산가격과 생활물가 상승을 연쇄적으로 촉발시키며 직주거리와 사회적 혼잡도를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또 연구원은 “수도권의 과밀환경에서 심화되는 지나친 경쟁은 청년들이 체감하는 고용안정성을 해칠 수 있고, 취업과 학업에 대한 준비 기간을 연장해 만혼·비혼 현상을 확산시킨다”고 말했다.
또 연구원은 “비수도권에서 청년 유출은 지역 인구의 감소를 직접적으로 야기할 뿐만 아니라, 출생률 하락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인구유출은 또 산업경쟁력과 지자체 재정 기반을 약화시켜 교육·문화 시설 등 정주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은 연구를 진행하면서 서울 10명, 부산·창원 8명 등 수도권과 지방의 청년집단 18명을 인터뷰했다.
응답자 A씨는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주거 비용이 너무 커서 ‘돈을 절대로 모을 수가 없는 구조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그 이후 ‘결혼을 준비하는 것조차 쉽지 않겠구나’라고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B씨는 “서울 바깥에서 살 적에는 당연히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첫 아이를 가졌다 그런데 이제 서울에 들어와 엄청난 집값을 부담하다 보니, 처음부터 서울에 살았으면 아이를 안 가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부산과 창원에서 거주하는 청년집단 8인은 주거비 부담을 호소하는 경우는 적었으나 지방도시의 의료·교육·편의 시설 여건이 좋지 않아 육아에 불리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문화적 활력과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또 지역 일자리의 장기적인 미래와 안정성에 대해 불안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제조업뿐만 아니라 유아교육, 방송콘텐츠 제작업, 음악강사 등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응답자들은 이직·이주를 고민하는 모습을 관찰했다는 설명이다.
연구원은 “수도권에 쏠린 일자리와 인구의 불균형은 주거비와 사회적 경쟁을 악화시켜 결과적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출산율을 떨어뜨린다며 “지방거점도시에서 지역의 장기적인 고용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긴 호흡의 산업육성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