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비수도권 분양시장에서는 소형보다는 중대형 평수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심화하는 데다 부동산 경기가 하락할 때도 살아남는 건 ‘똘똘한 한 채’라는 인식이 강화하면서 지역에서도 고급화 전략을 꾀하는 중대형 평형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13일 부동산 전문 분석업체 리얼투데이가 올해 1~9월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방 분양시장에서는 전용 85㎡ 이상 중대형 아파트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이 평균 9.98 대 1로 나타났다. 이는 85㎡ 미만 아파트(5.43 대 1)의 약 1.8배 수준이다.
지방 부동산 시장에서의 중대형 선호 현상은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부동산R114가 지난해 전국의 전용 84㎡ 이상 중대형 아파트 청약 결과를 분석한 결과 평균 경쟁률은 12.98 대 1을 기록했다. 반면 84㎡ 미만 아파트는 이보다 낮은 10.45 대 1의 경쟁률이 나왔다.
특히 지방의 경우 중대형 아파트의 경쟁률은 12.74 대 1인 반면 소형 아파트는 2.99 대 1로 중대형 아파트의 경쟁률이 4.3배나 높았다. 부산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최근 분양시장은 20~30평형대의 중소형 단지 위주로 꾸려진다”면서도 “서울,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서는 구매력과 가격 경쟁력이 갖춰진다면 중대형 평형을 원하는 이들이 아직까지도 많다”고 말했다.
부산의 경우 지난 7월 분양한 동구 범일동 ‘블랑써밋74’가 전용면적 94~247㎡의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됐다. 분양 초기에는 미달 사태로 고전했으나 최근에는 계약률이 70%대를 넘긴 것으로 알려지며 반등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특히 부산을 대표하는 상급지인 해운대구에서는 최근 몇 년간 중대형 평형을 주력으로 내세운 아파트 단지의 분양이 없었다. 지난해 분양한 해운대 경동리인뷰 2차(632세대)와 해운대역 푸르지오 더원(351세대), 2022년에 분양했던 드파인센텀(750세대) 등이 주요 분양 단지인데, 중대형 평수는 물론 1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가운데 연내 분양을 앞두고 있는 해운대구 재송동 옛 한진 컨테이너 야적장(CY) 부지 ‘르엘 리버파크 센텀’의 성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곳에는 2070세대 최고 67층 높이 아파트 6개 동, 업무시설 1개 동이 들어선다.
롯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르엘’이 지방 최초로 적용되며 고급화 전략을 앞세워 대형 평수 위주로 구성된다. 60평형대 684세대, 50평형대 696세대, 40평형대 564세대, 30평형대는 120세대 등이다. 정부의 다주택 규제 기조가 갈수록 심화하고, 집값 상승 기대치가 높은 단지에 투자를 집중하는 소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분양 성패를 좌우할 관건은 역시 분양가다. 르엘 리버파크 센텀의 분양가는 평균 평(3.3㎡)당 4700만 원 안팎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산의 첫 공공기여협상제 대상지로 아파트 단지 인근에 창업 지원시설인 ‘유니콘 타워’를 조성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 분야의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수영강 휴먼브릿지’ 등 주민 편의시설도 조성해 유휴지 개발에 따른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마린시티의 주요 아파트나 인근의 더샵센텀파크 등 중대형 평형에 살던 거주자들이 대형 평수와 대단지의 이점을 살리면서 신축으로 옮기려 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상대적으로 고분양가가 형성된다면 분양 결과를 쉽게 점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