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의 한 섬마을 파출소 근무자의 예리한 촉과 발 빠른 초기 진화가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대형 화재를 막았다.
통영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11시 10분께 사량면 하도 덕동마을 주택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난 주택은 바로 옆 가정집 주인 내외 자녀들이 입도할 때 생활하는 공간이었다.
다행히 화재 당시엔 집을 비운 상태였지만 주변에 다른 민가들이 맞닿아 있는 데다, 인화성 물질인 등유가 가득 든 보일러 연료 탱크도 있어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한밤중 이웃들은 모두 잠든 상태에서 맞은편 섬인 사량도 본섬 파출소에서 상황근무 중이던 안진열 경위가 희미한 불빛을 포착했다.
순간 ‘화재’일 수 있다고 판단한 안 경위는 동료 근무자인 박진홍 경위와 함께 곧장 불빛이 비치는 곳으로 향했다.
1분 만에 도착한 현장에선 이미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당황할 수도 있는 광경이었지만 안 경위는 침착했다.
일단 112상황실에 소방공동대응을 요청한 안 경위는 박 경위와 함께 인접 주택 거주민을 깨워 대피시킨 뒤 순찰차에 비치해 둔 소화기를 꺼내 진화에 나섰다.
그렇게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는 사이 사량도 의용소방대와 한산도 소방정대가 합류했고, 불은 2시간여 만인 오전 1시께 완전히 꺼졌다.
이 불로 주택 1동이 잿더미로 변했지만 주변으로 옮겨붙지 않았다. 인명 피해도 없었다.
안진열 경위는 “바로 옆에 고령의 노부부가 살고 계시는데, 다친 사람이 없어 천만다행”이라며 “신속한 대처로 시민 안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