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일부 구·군 공공 체육시설 회원 모집에 ‘추첨제’ 도입이 검토되면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공평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제비뽑기식 추첨제를 도입하겠다는 거다. 반면 기존 회원 사이에서는 교육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불만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그동안 부산 기초 지자체가 운영하는 구립체육센터 인기 강좌 대부분은 기존 회원이 제한 없이 연달아 이용할 수 있었다. 기존 회원이 아니면 강좌를 듣기 힘들었다. 기존 회원이 빠져야 자리가 남는데 빈자리를 잡으려고 새벽부터 체육센터 앞에 대기하는 줄이 생길 정도였다.
부산 남구청은 내년 1월부터 용호동 남구국민체육센터1관에서 진행하는 수영, 아쿠아로빅 강좌에 대해 추첨제를 도입한다고 17일 밝혔다. 기존 회원이 우선 등록한 후 남은 자리에 대해 선착순으로 접수하는 기존 방식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남구청 측은 추첨이 되지 않으면 다음 달 다시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남구청 측은 수료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남구청이 도입하는 추첨제는 매달 일정 기간 회원을 모집하고서 실제 수업을 들을 인원을 제비뽑기처럼 똑같은 확률로 뽑는 방식이다. 회원으로 뽑힌 사람은 최대 6개월 동안 자신이 지원한 강좌에 대해 등록 연장이 가능하다. 6개월이 지나면 수업을 수료하게 되고, 다시 추첨에 응해야 한다.
수영구청도 내년 7월부터 수영구국민체육센터 강좌 전 종목 회원 모집을 추첨제로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수영구의 경우 추첨에서 선발된 인원은 1년 동안 강좌 등록 우선권을 보장받는다. 연제구에서는 이미 6개월 단위의 추첨제와 수료제를 통한 회원 모집이 이뤄지고 있다.
일부 구·군의 체육센터 회원 모집 방식 변화는 공평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남구청 관계자는 “인기 강좌는 기존 회원이 다시 수강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 신규 회원이 듣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특정 시간대의 아쿠아로빅 강좌를 10년 동안 듣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체육센터 일부 강좌의 경우 빈자리가 나면 주민들이 체육센터 앞에서 진을 치고 선착순 접수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체력이 떨어지는 고령 회원은 이용할 엄두를 못 내는 경우도 있다.
지자체들은 주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국민체육센터 취지에 따라 추첨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첫 단계부터 강한 반발에 부딪히는 실정이다.
기존 체육센터 회원들이 온라인 민원부터 지역 구청에 단체로 방문하는 등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일방적인 통보와 더불어 추첨제 방식이 오히려 충분히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 추첨제를 예고한 남구청은 심한 진통에 시달리고 있다. 남구청 측은 지난 12일 공청회를 열어 주민들이 소통하는 자리도 가졌으나 서로 견해차만 확인한 채 마땅한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민원인 양 모 씨는 “기존 회원들도 새벽 2~3시부터 기다려서 어렵게 등록했는데, 의견 수렴도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남구 주민 이 모 씨는 “수영에서 6개월이면 막 발차기를 끝낼 단계인데, 추첨을 받지 못하면 언제 영법을 제대로 배우냐”며 “만약 추첨제로 바뀌게 된다면 다른 체육센터로 옮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