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동어시장(이하 어시장)이 현대화 사업을 앞두고 개장 61년 만에 비위생적 위판의 주범으로 꼽힌 나무 어상자를 완전히 퇴출한다. 12월부터는 모든 경매에 플라스틱 어상자가 사용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인 어시장의 위생 수준과 신뢰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26일 어시장과 대형선망수협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어시장 내 모든 경매에서 나무 어상자를 대체해 플라스틱 어상자만 사용된다. 어시장 위판장에서 나무 어상자의 퇴출은 1963년 개장 이후 처음이다.
이번 플라스틱 어상자 전면 도입으로 국내 고등어의 80%가 위판되는 어시장 내 위생 수준이 상당히 개선될 전망이다. 어시장 역사를 함께 한 나무 어상자는 가격이 저렴하고 생선에서 나오는 염분이 흡수되면서 부패를 늦추는 효과가 있어, 위생 관리가 까다로웠던 과거에 활용도가 높았다. 하지만 습기에 취약해 곰팡이가 피고 세척이 어려워 비위생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파손된 부분이 어획물에 상처를 입힐 여지도 컸다.
어시장 플라스틱 어상자는 국내 물류 최대 기업 중 하나인 한국컨테이너풀(KCP)이 공급한다. 현재 어시장에 6만 개 플라스틱 어상자가 있으며 연말까지 4만 개 더 추가될 예정이다. 대형선망수협은 플라스틱 어상자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최신 세척기를 도입하고 품질 관리, 외부 반출 금지 등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대형선망수협 천금석 조합장은 “다른 지역에서도 플라스틱 어상자 도입을 시도한 경우가 있지만 회수율이 낮아 실효성이 낮았다. 반면 어시장은 시범 사업을 통해 90% 이상 회수에 성공하며 위생 관리 강화와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면서 “선도적인 친환경 어상자 전환으로 대외적인 어시장 신뢰도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22년 어시장에 플라스틱 어상자 도입이 추진된 적 있지만 이해관계자의 반발로 전면 도입에 이르지 못했다. 먼저 상자 규격 변화로 인한 혼란과 신뢰 부족이 주요 걸림돌로 작용했다. 플라스틱 어상자 규격은 가로 60cm, 세로 40cm, 높이 9.7cm인데 나무 상자는 가로 58cm, 세로 37cm, 높이 9.8cm로 다소 차이가 있다. 실제 담기는 고등어 양도 1~2kg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고등어를 사고파는 선사와 중도매인, 그리고 상자를 옮기거나 고등어를 담는 직원의 노임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의견이 달랐다.
그러나 수년간 이어진 논의 끝에 마침내 플라스틱 어상자 도입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한 수산업 관계자는 “그동안 어시장 위판이 비위생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주요 원인이 ‘바닥 위판’과 ‘나무 어상자’였는데 그중 하나가 해결됐다”며 “올해 첫 삽을 뜬 현대화 사업이 마무리되면 선별기 추가 도입 등을 통해 바닥 위판 문제도 개선돼, 깨끗한 위생이 어시장의 자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