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습관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나 익히 들어온 이야기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 자주 손 씻는 습관 등등. 그런데 누군가가 “습관을 버리라”고 말한다. 나쁜 습관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습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세상에 좋은 습관따위는 없다는 식이다. 무슨 소린가 싶다가도 그것이 글로벌 스테디셀러로 손꼽히는 행동경제학의 명저 <넛지>의 저자 캐스 선스타인의 말이라면, 다시 귀기울일 수밖에 없다.
선스타인은 최근 인지신경과학자인 탈리 샤롯과 함께 새 책 <룩 어게인: 변화를 만드는 힘>을 출간했다. 샤롯은 <넛지>만큼 유명한 <최강의 영향력>의 저자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새 책에서 우리 인생이 좀 더 행복하고 다채로운 기쁨으로 채워지려면 바로 ‘탈습관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책은 “당신의 인생 최고의 날은 언제냐”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질문에 대한 답은 제각각일 테다. 어떤 사람은 결혼식이나 졸업식 날, 어떤 사람은 취업에 합격한 날, 어떤 사람은 아이가 태어나던 날을 꼽는다. 인생 최고의 날을 떠올렸다면 이번엔 그 멋진 하루를 다시 보낸다고 상상해보자. 그날을 회상하며 스스로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하지만 그 상상을 한 번 더 반복한다면? 또 한 번 더 반복한다면? 무한히 반복한다면? 그런 식으로 ‘당신의 인생 최고의 날’이라는 무한 타임 루프에 갇혀버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마도 ‘당신의 인생 최고의 날’은 예전보다 덜 신나고 덜 유쾌하고 덜 행복하게 바뀔 가능성이 크다. 그날의 의미도 예전과 달라져 인생의 최고의 날은 곧 지루한 날이 되어버린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생 최악의 날’이 매일 반복된다면, 나쁜 것에 익숙해진다. 군부정권의 폭압이 일상이 될 때 우리는 불합리에 무감각해졌던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자극이 반복되고 습관화되면 한때 대단하게 여겼던 것들도,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인간관계든 직업이든 성취든 사랑이든 예술 작품이든, 그것의 실제 의미를 알아채지 못하고 빛을 잃는다. 그런 식으로 지루해진 것들에 대한 놀라움을 다시 회복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저자는 여기에 대한 해답이 반복된 일상을 거부하는 ‘탈습관화’에 있다고 본다.
지금껏 우리는 빠르게 습관화되는 인간 본성을 활용해 좋은 습관을 만드는 일에 많은 노력을 할애해왔다. 하지만 현대 사회가 장려하는, 지금까지 누구도 잘못됐다고 여기지 않았던 ‘습관화’를 이제 조금은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습관화는 생존과 진화의 원리에서 비롯된 중요한 것이지만, 고도로 발달한 현대사회에서는 오히려 너무 빨리 적응함으로써 삶에서 만족과 기쁨을 느끼지 못하거나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습관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그저 루틴처럼 만성화될 때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 역으로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탈습관화 할 때 우리의 삶이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수많은 연구 결과와 실제 사례들을 엮어 흥미롭게 보여준다. 줄리아 로버츠가 찾은 행복의 원리, 일본의 마사코 왕후가 불행했던 이유, 높이뛰기 선수 딕 포스메리의 무모한 도전, 스웨덴의 우측통행으로 바뀐 날의 교훈, 마술사 조 버러스의 뜻밖의 최후, 친밀하게 물들어간 히틀러의 세계관 등 매 챕터마다 습관화와 탈습관화를 둘러싼 생생한 일화들이 독자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캐스 선스타인·탈리 샤롯 지음/이경식 옮김/한국경제신문/340쪽/2만 20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