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거울아 거울아… 탐미욕이 내 삶의 원동력?

입력 : 2024-11-28 11:42:22 수정 : 2024-11-28 15:32:19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 케이티 켈러허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표지.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표지.

거울·보석·실크 등 근현대 소비주의 사회에서 아름다움을 상징해 온 것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모두 어둡고 추하고 비밀스러운 ‘흑역사’를 갖고 있다. ‘흑역사’라는 공통점을 갖게 된 이유 역시 같다. 이 모든 물건에 인간의 욕망이 투영되어 있고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대체로 상식 이상으로 탐욕스럽기 때문이다. 거울은 수은에 중독된 사람들의 고통 위에서 만들어졌고, 보석에는 광산에서 죽어간 수많은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숨어있다. 고급 실크 드레스에는 아동 노동의 문제가 씨줄과 날줄로 얽히고설켜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탐미욕은 추하고 나쁘기만 한 것일까.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의 저자는 우울증으로 삶에 대한 의욕을 잃은 자신을 움직이게 했던 것이 바로 탐미욕이었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저자의 고백에서도 알 수 있듯, 책은 인간의 탐욕과 이를 부추기는 소비주의 사회를 무작정 비판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욕망의 추악함이야말로 아름다움의 일부이자 본질이다. 결국 인간의 탐욕을 직시하는 것이 곧 아름다움의 본질에 다가가는 방법이다.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움의 진면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과거 한 은사께선 거울이나 보석 좋아하는 사람을 멀리하라 하셨다. 외면의 아름다움에 관심이 많은 사람보다 내면을 가꿀 줄 아는 사람을 가까이 하고, 스스로도 그러한 사람이 되라는 의미다. 그런데 최근 한 지인은 제발 거울 좀 보면서 살라고 한다. 문득, 지금부터라도 아름다움이라는 것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 주말에는 백화점에나 가야겠다. 다만 주머니 사정이…. 책이, 탐미의 여정에 필요한 여비를 마련하는 방법까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케이티 켈러허 지음/이채현 옮김/청미래/384쪽/2만 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