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최종 승인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두 회사의 저비용항공사(LCC) 3곳에 대한 통합 논의가 본격화 조짐을 보인다.
하지만 가덕신공항 개항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 거점 항공사를 둬야 한다는 지역 사회의 목소리에 국토교통부와 산업은행, 대한항공 등은 말 바꾸기만 일삼고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역 정치권과 부산시도 지역 거점 항공사를 지키기 위한 협상력과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채 끌려다니고 있어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1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2년간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운영되는 동안 통합 LCC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6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자로 에어인천을 선정했는데, EC는 지난달 28일 이 같은 내용을 받아들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했다. 마지막 기업결합 심사국인 미국 법무부(DOJ)는 별도의 발표 없이 독과점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기업결합 승인 의사를 표명한다.
업계는 심사가 가장 까다로운 EC의 최종 승인이 이뤄진 데다 미주 노선에 대한 대한항공의 독과점이 해소되면서 DOJ 소송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관측한다. 이달 안으로 양사의 기업결합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판단한 업계는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흡수한 뒤 인천공항에서 통합 LCC를 이끌 것으로 예상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역 정치권과 시는 지역 거점 항공사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않아 지역 사회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가덕신공항 개항을 앞두고 지역 거점 항공사 필요성을 절감하고 통합LCC 본사를 유치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달 중순 이후로 조 회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의 면담 가능성을 점치지만, 지금껏 대한항공 고위급과도 접촉하지 못한 상태에서 의례적인 만남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양사 기업결합에 책임이 있는 국토부와 산업은행을 정치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상황에서 인수 후 통합(PMI) 계획서에 지역 거점 항공사 존치와 에어부산 분리매각이 포함될지도 미지수다.
지역 사회는 국토부와 산업은행의 말 바꾸기 행태를 강력 질타하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시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시민공감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부산이 키운 에어부산이 인천으로 끌려갈 위기에 놓이면서 가덕신공항의 성공도 보장할 수 없는 지금,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며 “시는 대한항공의 인수 후 통합(PMI)계획서에 지역 거점 항공사 존치와 에어부산 분리매각이 반드시 포함되도록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부산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한 지역 상공계도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발표하고 부산의 거점 항공사 존치에 대한 지역의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산업은행과 국토부, 대한항공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강력 촉구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본사를 부산에 두고 지역 공항을 거점으로 통합 LCC를 유치하는 등 에어부산을 존속시키겠다는 시의 근본 목표가 바뀐 적이 없다”며 “목표를 단순하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으니 조금 더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