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이 계엄 당일 국회 출입 통제를 지시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11일 긴급체포했다. 14만 경찰의 총수인 경찰청장과 경찰 조직 서열 2위인 서울경창청장이 자신들의 지휘를 받던 경찰에 동시 체포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특수단은 이날 오전 3시 49분 조 청장과 김 청장을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조 청장과 김 청장이 각각 서울경찰청과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에 출석해 조사받은 지 11시간, 10시간여 만이다.
이들은 비상계엄 당시 두 차례 이뤄진 국회 전면 출입 통제 조치를 일선 경찰에 하달하는 등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국회로 들어가려던 의원들의 출입을 막은 혐의(형법상 내란 등)를 받고 있다.
경찰이 국회에 제출한 세부 상황 설명을 종합하면, 김 청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0시 28분 조 청장의 ‘국회 주변 안전조치 강구’ 지시에 따라 국회 주변에 5개 기동대를 배치했다. 김 청장은 오후 10시 46분 돌발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국회경비대에 일시 출입 통제를 지시했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과 보좌진, 취재진 등의 국회 출입이 20분가량 막혔다. 김 청장은 오후 11시 6분 국회의원과 국회 관계자에 대해선 신분 확인 후 출입하도록 조치해 상당수 의원이 국회 경내로 진입했다. 하지만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계엄사령부 포고령 선포 직후인 오후 11시 37분부터는 조 청장의 지시에 따라 재차 국회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조 청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경력을 보내 계엄군의 계엄 집행에 협조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특수단은 서울 남대문서유치장에 수감 된 이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거쳐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특수단은 또 계엄 당일 조 청장과 연락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당시 계엄사령관) 등 군 수뇌부를 소환할 예정이다. 여 사령관은 조 청장에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 주요 정치인에 대한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은 이날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 대해 구속 후 첫 소환 조사를 벌였다. 김 전 장관은 전날 동부구치소에서 구속 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중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보호실에 수용됐으며,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이날 김 전 장관을 상대로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와 김 전 장관이 계엄군에게 내린 지시 등에 관해 조사했다. 앞서 특수본은 김 전 장관으로부터 윤 대통령이 포고령을 직접 수정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김 전 장관에 대한 추가 조사를 바탕으로 윤 대통령을 향한 ‘내란 수괴’ 혐의 수사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발표된 포고령에는 헌법상 계엄으로 제한할 수 없는 국회 권한을 제한하는 위헌적 내용이 담겼는데, 특수본은 이를 김 전 장관이 윤 대통령과 상의해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수본은 또 비상계엄 당시 국회 봉쇄 작전에 투입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 대해서도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특수본은 이날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특수전사령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김세운 특수작전항공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국회 출동을 언제 누구로부터 지시받았는지 등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특전사령부 예하 제707특수임무단과 제1공수특전여단 소속 병력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을 막기 위한 국회 봉쇄 작전에 투입됐다. 이들은 선관위 전산일 출입 통제 작전에도 동원됐다. 특수본은 국군방첩사령부에 대해서도 지난 9일부터 사흘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