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치권은 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차기 대선으로 시선을 돌리는 모습이다. 차기 대선은 이르면 내년 봄에 치러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기 대선 시기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달라진다. 헌재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6개월 이내 탄핵심판을 완료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 기각 결정까지 약 2개월이 걸렸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까지는 3개월이 걸렸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60일 이내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 헌재가 2개월 만에 결정을 낼 경우 4개월 이후인 내년 3월 중순에 대선이 치러진다. 헌재가 탄핵 심판 법정 시한인 6개월을 채울 경우 대선은 7월 중순에 치러진다. 헌재가 탄핵을 기각할 경우 윤 대통령이 복귀, 차기 대선은 2027년에 치러진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으로 보수진영 전체가 정치적 타격을 입은 탓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심판론’에 힘입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지난 19대 대선처럼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탄핵안 가결 이후 빨라진 ‘대선 시계’에 따라 여야 대권 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전망이다. 여권에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반윤(반윤석열)’ 선두주자로 나서 대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한 대표의 경우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의 ‘한동훈 체제 붕괴’ 전략을 막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국민의힘에선 친윤계를 중심으로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한 대표도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권에선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 ‘원외 대권주자’들도 대권 도전 움직임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 시장의 경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입장을 밝혔다가 탄핵 찬성으로 돌아섰지만 명태균 의혹 등이 약점으로 남아 있다.
홍 시장은 그동안 한 대표를 집중적으로 비판하며 윤 대통령을 옹호했던 사실이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진행된 14일에도 “우리가 잘못 선출 했으니 이제는 그만 물러가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내란죄라는 중죄를 덮어 씌워 감옥으로 보내야 하겠느냐”면서 윤 대통령을 옹호하고 유권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보수진영에서는 개혁신당의 이준석 의원도 대권 후보로 거론된다. 이 의원은 계엄 이전부터 윤 대통령을 비판하며 ‘대안 보수’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현역 의원이 세 명뿐인 ‘미니정당’의 한계가 있고 국민의힘과 통합 가능성도 낮아 대권 도전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야권에선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독보적인 대권 후보로 꼽힌다. 이 대표는 계엄 이후에도 민생 경제 관련 행사를 이어가는 등 ‘대권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지난 총선 이후 ‘친명(친이재명) 일색’으로 재구성돼 당내에선 경쟁자를 찾기도 어려운 상태다.
다만 공직선거법 1심 판결에서 피선거권 상실형을 선고받은 이 대표는 대선 일정이 길어질수록 ‘사법리스크’가 커진다. 만약 향후 3개월 이내 선거법 위반 2심, 이후 3개월 이내 3심 판결이 나고 피선거권 상실형이 유지될 경우 이 대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이 대표는 중도·보수층에서의 ‘거부감’도 약점으로 꼽힌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이번 조사(한국갤럽이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해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5.8%,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에서 비상계엄 사태 수습 국면에서 이 대표의 ‘신뢰도’를 물은 결과 신뢰한다는 응답은 41%, 신뢰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51%였다.
야권에선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신3김’도 대권 경쟁자로 꼽힌다. 그러나 이 대표의 ‘경쟁자’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민주당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당내 경선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