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접어든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두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의원들 사이에서 비대위원장 자격이 ‘원내 인사’로 좁혀진 가운데 일부 의원들의 이름이 연일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비대위원장 인선은 급할 것 없다는 기존 신중론에서 “당을 하루빨리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8일 비대위원장 후보를 선수별로 추천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국민의힘은 이날 비대위원장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당내 이견이 속출하면서 이같은 방안을 내놨다.
권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 이후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권 권한대행은 "비대위원장 후보를 선수별로 추천받을 것"이라며 "초선, 재선, 3선, 4선, 5선 등 선수별로 비대위원장 후보를 추천받아 종합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논의를 거쳐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여당 의원들은 정치 경험이 많은 당내 인사로 다선 의원이 비대위원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당초 원외 인사도 검토됐지만, 원내 인사로 좁혀진 것이다. 비상계엄 선포 후폭풍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여당 비상상황인 만큼, 당장 당을 통합하고 야당과의 대화 등 리더십을 보이기 위해서는 원내 인사가 적합하다는 것이다.
권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직을 겸임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다만 ‘원톱’, ‘투톱’ 체제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각각 권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는 방안과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들이는 방안이다.
이날 오후 중진 의원들은 별도 회동을 가지고 이를 포함한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해 논의했다. 회동 참석자들에 따르면, 다선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안과 권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안이 거론됐다고 한다. 권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안에 대해서 일부 중진 의원들은 “부하가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대 측 입장은 당무와 원내 사안을 한 명이 동시에 처리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다. 원톱 체제로는 현재 어려움에 처한 당을 제대로 정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권 권한대행이 원내대표직을 맡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들이는 투톱 체제 필요성에 대해선 여럿이 언급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중진 의원들이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까지)겸직하는 것은 상당히 로드가 걸리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날 중진 회동에서는 따로 결론을 내지 않고 의견만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후 비상의원총회에서 본격적인 비대위원장 논의를 했다. 현재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은 당내 중진 인사인 권영세·나경원·김기현 의원 등이다.
원외 인사를 선택지에서 제외했지만, 비대위원장 논의는 크게 진척되지 않았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초선 김재섭 의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한 의원은 “친윤(친윤석열)이미지가 강한 권 권한대행이 원내 업무를 총괄하는 상황에서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면 가뜩이나 우리 당에 좋지 않은 국민 여론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권 권한대행 원톱 체제는 무리수”라고 말했다.
한편, 한동훈 전 대표의 사퇴로 국민의힘은 이번 정부 출범 이후 5번째 비대위를 맞게 된다. 그간 주호영, 정진석, 한동훈, 황우여 비대위를 거친 바 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