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 탄핵 으름장 후 한발 물러난 민주당

입력 : 2024-12-19 15:46:59 수정 : 2024-12-19 15:54:41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연이은 탄핵 리스크 우려 판단
'특검법 처리까지 지켜보자' 입장
한 대행 탄핵 시 헌법재판관 임명도 차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9일 6개 쟁점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당초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특검법 처리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우회했다. 연이은 탄핵 강행 리스크가 부담으로 다가오는 데다 헌법재판관 임명 차질, 탄핵 가결 정족수 등 논란이 예상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직후 “이는 명백한 입법권 침해”라며 “한 권한대행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윤석열과 내란 세력의 꼭두각시 노릇이 아니라 민의를 따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권한대행 탄핵에 대해서는 결론 내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조 수석대변인은 “즉각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론 내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준비했지만 이재명 대표가 ‘너무 많은 탄핵은 국정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면서 우선 이를 유보해 둔 상태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또다시 탄핵을 추진할 경우 민주당에 비판 여론이 제기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은 곧바로 ‘국정 마비’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규정이 없는 점도 걸림돌이다. 헌법에 따르면 국무총리 탄핵 규정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이 있을 때 의결된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의 의석은 192석이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규정은 없다. 여당에선 대통령 탄핵 요건인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탄핵 규정을 다루고 있는 헌법 제65조에선 그 대상을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으로 정하고 있는데, 대통령 권한대행은 명시돼 있지 않다. 이를 두고 법률적 의견 충돌이 이어지고 있어 민주당이 섣불리 탄핵을 결정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핵심 요인은 또 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6인 체제’이다. 야당은 국회 몫 3인에 대한 헌법재판관 추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현재 임명 권한은 한 권한대행에 있다. 한 권한대행이 탄핵될 경우, 국회 추천 몫을 임명할 주체가 없어진다는 의미이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 추진을 일단 보류하면서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사용을 마지막 경고로 삼아 한 권한대행을 압박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 중 내란 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쓴다면, 당내에서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이라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에 대해 특검 수용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사람의 이름만 윤석열에서 한덕수로 바뀌었을 뿐 내란 정권의 망령은 여전히 살아 있다”면서 “엄중히 경고한다. 내란 부역으로 판단되는 즉시 끌어내리겠다”고 말했다. 이는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곧바로 탄핵에 착수하겠다는 대목으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민주당의 경고를 ‘겁박’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재의요구권은 국가와 미래를 위한 당연한 결정”이라며 “민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한 겁박을 그만 두라”고 강조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