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준비 중인 국민의힘이 '투톱 체제'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친윤'(친윤석열) 이미지에 대한 부담이 이어지면서 새 비대위원장을 들이는 방향으로 무게가 쏠리는 모양새다.
20일 여권에 따르면, 이날 재선과 3선, 4선 의원들은 선수별 모임을 가지고 '투톱 체제'가 맞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재선 모임 간사인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은 기자들에게 "'원 마이크'보다는 '투 마이크'가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석기 의원도 3선 의원 모임을 직후 "비대위원장이 할 일이 많은데, 원내대표가 혼자 할 경우 업무 과부하가 걸린다"고 말했다. 투톱 체제로 갈 경우, 5선 김기현·권영세·나경원 의원이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전날 모임을 가진 초선 의원들도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분리하는 것이 낫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3선 의원 모임에서는 권영세·나경원 의원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은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맡아 친윤 색채가 강하지만, 합리적인 성품을 가진 중진 의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나 의원은 지난해 3월 이른바 '윤심'(윤 대통령 의중) 압박에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한 이력이 있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원내대표를 맡은 바 있다.
한편, 이들 모두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만큼 우려도 이어진다.
조경태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탄핵에 반대했던 인물이 비대위원장이 됐을 경우 '계엄 옹호당'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을까"라며 "대통령과 분리 작업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욱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잘못됐고, 잘못된 것에 대해 정확한 입장 표명을 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