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세아
삽화=류지혜 기자 birdy@busan.com
하굣길에 종종 마주치던
우석삼촌은
기우뚱 기우뚱
몸을 흔들면서 걸었다
매번 삼촌 지나갈 적마다
홍해 갈라지듯
확 트인 골목 양 쪽에서
속삭이듯 들려오던 얘기들
ㅡ교통사고였댔지?
ㅡ응, 몇 년 안 됐어
ㅡ가족들도 다 떠났대
ㅡ요샌 폐지도 모으나봐
ㅡ어제 리어카 끄는 거 봤어
ㅡ젊은 사람이 에휴 쯧쯧쯧
수군수군 출렁이는
홍해의 물살 위로
돛처럼 곧추세운 옷깃
힘차게 펄럭이며
장애인 구직신청서
양 손에 꽉 쥔 채
주민센터로 나아가는
호호탕탕
저
범선 한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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