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신춘문예-동시] 범선 한 척

입력 : 2024-12-31 17: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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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아

삽화=류지혜 기자 birdy@busan.com 삽화=류지혜 기자 birdy@busan.com

 

 

하굣길에 종종 마주치던

 

우석삼촌은

 

기우뚱 기우뚱

 

몸을 흔들면서 걸었다

 

 

매번 삼촌 지나갈 적마다

 

홍해 갈라지듯

 

확 트인 골목 양 쪽에서

 

속삭이듯 들려오던 얘기들


 

ㅡ교통사고였댔지?

 

ㅡ응, 몇 년 안 됐어

 

ㅡ가족들도 다 떠났대

 

ㅡ요샌 폐지도 모으나봐

 

ㅡ어제 리어카 끄는 거 봤어

 

ㅡ젊은 사람이 에휴 쯧쯧쯧


 

수군수군 출렁이는

 

홍해의 물살 위로

 

돛처럼 곧추세운 옷깃

 

힘차게 펄럭이며

 

장애인 구직신청서

 

양 손에 꽉 쥔 채

 

주민센터로 나아가는

 

 

호호탕탕

 

 

 

 

범선 한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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