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을사년 신년사

입력 : 2024-12-31 17: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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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새해가 다가왔다. 을사년(乙巳年)이다. 해마다 정·관·재계 주요 인사들이 새해를 맞는 기쁨과 기대를 신년사에 담아 밝히는 일은 오랜 관습으로 자리 잡았다. 신년사는 새해 첫머리에 한 해의 포부나 희망,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인사말을 일컫는다. 새해는 신년사와 함께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을사년을 하루 이틀 앞둔 시점부터 전국 지자체장과 의회 의장을 비롯한 각계 기관단체장들의 신년사 발표가 잇따른다. 먹고살기 힘겹고 나라마저 어지러운 현실이지만, 새해 희망을 품고 위기를 잘 이겨내자는 게 수많은 신년사의 골자다. 이를 위해 을사년을 상징하는 ‘푸른 뱀’의 범상치 않은 기운을 받아 용기를 갖고 힘을 내자는 주장도 공통점이다. 신년사를 접하는 이들의 행복과 건강, 안녕을 기원하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이는 12·3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 탓에 국가 전반적으로 유독 힘든 새해 여정이 예상되기 때문일 테다.

한데, 2025년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신년사는 나오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과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의 직무가 정지돼서다. 혼란한 탄핵 정국에서 고환율을 포함한 대내외 리스크로 한국 경제는 불확실성 가득한 새해를 맞았다. 하지만, 국가와 행정부 수장의 새해 국정운영 지침이 없는 암울한 상황이다. ‘대한민국호’가 방향타를 상실한 셈이어서 정말 걱정스럽다.

이 때문에 재계를 대표하는 6대 경제단체장의 신년사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일제히 내놓은 신년사에서 한결같이 전례 없는 경제 위기 국면을 우려했다. 이어 환율 급등과 수출 부진, 고물가, 내수 침체, 2기 트럼프 리스크 같은 복합적 위기를 돌파할 방안으로 혁신 성장을 제시했다. 특히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의 뱀띠 해를 빗댄 신년사는 더욱 와닿는다. 그는 “뱀이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듯 한국 경제가 다시 태어나야 할 해”라며 “옛것을 뜯어고치고 새로운 걸로 바꾸는 ‘혁고정신’(革故鼎新)의 결단이 요구된다”고 강조해 울림을 준다. 부디 우리 경제가 체질 개선으로 위기를 극복하며 제대로 성장하길 바란다.

정치권도 최 회장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거대 양당은 민생·경제는 뒷전인 격렬하고 소모적인 정쟁을 언제까지 지속할 건가. 평소 국민한테 걱정 끼치고 지금의 정국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한 반성과 정치 쇄신을 통해 환골탈태해야 한다. 여야가 새해부터는 나라를 살리고 국민에게 기쁨을 주는 정치를 해야 마땅하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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