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K드라마 등 K컬처의 지구촌 열풍 속에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K뷰티가 미국과 일본에서 샤넬·랑콤과 같은 고급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산을 제치고 수입 1위로 올라섰다. 우리나라는 미국에서는 기초화장품, 일본에서는 색조화장품 중심으로 각각 K뷰티 열풍을 일으키면서 '화장품 강국'으로 우뚝 섰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은 102억 달러(약 15조 원)로 사상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화장품 수출은 2014년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오다 2021년 92억 달러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2022년(80억 달러)과 2023년(85억 달러)에 주춤했다.
지난해 화장품 수출은 전년 대비 20.6% 증가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 수입 통계를 보면 지난해(1∼10월) 미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14억 517만 달러(2조 633억 원)로 그동안 1위 자리를 지키던 프랑스(10억 3215만 달러)를 제쳤다. 국가별 점유율은 한국이 22.2%로 프랑스(16.3%)를 5.9%포인트나 따돌렸다.
일본에서도 2022년에 이어 3년째 수입국 1위를 지키고 있다. 일본 수입화장품협회가 지난해 3분기(7~9월)까지 국가별 수입 실적을 집계한 결과 한국이 941억 9000만 엔(8787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프랑스가 822억 8000만 엔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점유율은 한국이 28.8%, 프랑스가 25.1%였다.
K뷰티가 폭풍 성장한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일본이 수입하는 한국 화장품을 품목별로 보면 각각 기초화장품, 색조화장품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
관세청 무역통계의 2020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화장품 세부 항목별 수출액을 보면 5년간 미국에서는 기초화장품, 일본에서는 색조화장품이 각각 수출액 증가율이 높았다.
기초화장품의 대미(對美) 수출액은 2020년 2억 3185만 8000달러에서 지난해 8억 1508만 1000달러로 3.5배로 뛰었다. 같은 기간 색조화장품 수출액은 1억 2396만 1000달러에서 2억 6778만 8000달러로 2.2배로 증가했다.
일본의 경우 색조화장품 수출액은 2020년 1억 9687만 7000달러에서 지난해 3억 1662만 3000달러로 1.6배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기초화장품 수출액은 2억 170만 6000달러에서 2억 5835만 2000달러로 1.3배로 늘었다.
화장품 업계는 미국에서 기존에는 올인원(All in One·다양한 기능을 하나로 합친 제품군) 제품을 주로 사용했지만, 최근 안티에이징(노화 방지) 등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한국산 피부관리 제품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K팝 아이돌의 인기에 힘입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색조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장원영 메이크업'과 같이 한국 여자 아이돌의 메이크업을 동경하고 따라 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성분과 효능을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와 맞물려 핵심 성분을 강조한 기초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일본에서는 트렌디한 제형과 아기자기한 패키지 형태의 한국 색조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화장품 업계는 성장세가 뚜렷하고 시장 규모가 큰 미국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해 규제를 강화하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K뷰티' 수출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전 세계를 상대로 수입품에 10∼20%의 이른바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으로 수출되는 국내 화장품은 무관세"라며 "여기에 10% 이상 관세를 매기면 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화장품 제조업자 개발 생산(ODM)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1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 2공장도 완공할 예정이다.
한편에선 K뷰티 제품력이 입증된 만큼 관세 인상과 같은 보호무역 기조 강화가 큰 타격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