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별빛도서관 첫 개관… "하교 후 적막했던 학교 활기 넘쳐요"

입력 : 2025-01-12 1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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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중구 보수초등 선보여
평일 밤 10시·주말 9시까지 운영
학부모와 자녀 함께 독서 가능
상반기 8곳·하반기 12곳 설치

지난 9일 오후 부산 중구 보수초등학교 별빛도서관에서 한 초등학생이 아빠 품에 안겨 동화책을 읽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지난 9일 오후 부산 중구 보수초등학교 별빛도서관에서 한 초등학생이 아빠 품에 안겨 동화책을 읽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학생들이 하교 후 적막했던 초등학교 교실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 읽는 활기 넘치는 곳으로 바꾸는 시도가 부산에서 시작됐다. 책으로 학부모와 아이를 잇는 ‘별빛도서관’이 부산 중구 보수초등학교에 처음 문을 연 일이 그 출발이다. 올해 부산 초등 20곳에 별빛도서관이 문을 열면 온 가족이 함께 책을 읽는 문화가 싹트고 공공시설인 학교의 기능도 한층 강화된다는 기대가 커진다.

지난 9일 오후 7시 부산 중구 보수초등학교 1층 도서관은 초등학생과 학부모 등 70여 명으로 가득 들어찼다. 어린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탁자에 놓인 책을 골라 읽었다. 학부모들도 스마트폰을 보관함에 내려두고 아이들 옆에 앉아 함께 책을 펼쳤다.

아이들은 탁자 뒤편에 진열된 1천여 권의 책을 차근차근 살펴보며 읽고 싶은 책을 찾았다. 책을 고른 아이들은 곳곳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자유롭게 책을 읽었다. 아이들은 이날 열린 북콘서트와 구연동화를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 보수초등 도서관에서는 달빛이 선명해지는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책장 넘기는 소리,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부산시교육청이 지난 9일 보수초등에 처음 문을 연 별빛도서관은 부산 첫 사례다. 별빛도서관은 전국 교육청 중에서도 부산시교육청이 처음 시도하는 사업이다. 시교육청은 초등학생들이 하교한 뒤 활용되지 않았던 학교 내 도서관을 평일에는 오후 10시까지, 토요일과 방학에는 오후 9시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퇴근한 엄마·아빠가 아이 손을 잡고, 편안한 옷차림으로 아이의 학교에서 함께 책을 읽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평소 늘 손에 쥐어져 있던 스마트폰 등 통신기기는 별빛도서관 보관함에 내려놓을 수 있다.

이날 별빛도서관을 찾은 엄마 두윤정 씨와 딸 황수정 양은 함께 책을 읽었다. 황 양은 밤 늦은 시간까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을 기뻐했다. 황 양은 “항상 학원 마치고 친구들이랑 놀 때 운동장에서만 놀았는데 이제는 추울 때도 도서관에 들러 잠깐씩 책을 읽을 수 있게 돼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엄마 두 씨도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밤 늦게까지 책을 읽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두 씨는 “별빛도서관에서 수정이와 책을 읽으면서 하루하루 가볍게 얘기를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며 “동네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 역할도 할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북콘서트에 나선 〈다정한 고랄라 목욕탕〉 저자 박미라 아동 동화작가는 별빛도서관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 작가는 “평소 대부분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책을 읽혀야 할지 고민이 많은데, 가족이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평소 차분하고 조용한 도서관 모습에서 벗어나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북적이는 모습은 아이들 창의력 계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올해 안에 부산 초등 20곳에 별빛도서관을 열 계획이다. 보수초등에 이어 오는 15일과 다음 달 4일에는 해운대구 우동 해강초등과 기장군 일광면 일광초등에 별빛도서관이 문을 연다. 오는 3월에는 부산진구 가야동 가평초등 등 5개 학교, 하반기에는 12개 초등에 설치될 예정이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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