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단 한 차례의 피의자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고, 추가 조사에도 불응했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16일 오후 5시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 심리로 열린 윤 대통령 체포적부심사에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이 심문에 출석해 윤 대통령 체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공수처는 체포적부심사가 열리기 3시간 전인 이날 오후 2시께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법원에 제출했다. 소 판사는 피의자를 심문하고, 공수처와 윤 대통령 측이 제출한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조사한 뒤 체포의 정당성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다.
공수처 측은 윤 대통령이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2차 피의자 조사를 거부하고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지만,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다. 공수처 관계자는 “체포적부심사 결과를 지켜본 뒤 향후 절차를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윤 대통령이 2차 피의자 조사에 불응하자, 공수처가 윤 대통령이 구금된 서울구치소에서 방문 조사를 추진하거나 강제 연행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한때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체포영장이 발부돼 구금된 피의자를 조사실로 강제 연행해 조사를 진행할 경우 위법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이날 오후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 대신 법원의 체포적부심사에 수사력을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의 이 같은 행보는 향후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위법성·정당성 논란 소지를 불식하고, 구속영장 발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추가 피의자 조사가 체포영장 시효 전까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공수처는 지난 15일 체포 당일 진행한 조사 결과와 검찰·경찰의 ‘12·3 비상계엄’ 관련 피의자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수처는 검경 수사 결과로 드러난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라는 지시를 받은 군경 수뇌부의 진술이 다수 나온 만큼 윤 대통령 역시 구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이미 세 차례에 걸친 출석 요구를 거부한 점 △법원이 두 차례 체포영장을 발부한 점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공수처·공조본부 집행인력을 대통령경호처 인력을 동원해 저지한 점 △피의자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도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를 확신하고 있다.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기소 한 검찰이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이후 최장 20일까지 부여되는 수사 기간을 공수처와 협의한 것은 검찰이 향후 대응 과정에 대한 예측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공수처는 구속영장은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만큼 구속영장 발부 여부 역시 서울서부지법이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15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서울중앙지법에 청구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