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현직 대통령 구속에 검찰 기소가 임박하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단독 처리한 ‘내란 특검법’이 동력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검찰이 내란 혐의 등에 대해 기소할 경우 특검은 같은 혐의에 대해 수사할 수 없다. 특검이 재판 관련자들을 ‘재탕 수사’하는 기형적인 옥상옥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란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거부권 행사 시한은 내달 2일까지다.
내란 특검법은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지난 17일 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검법은 재석 274명 의원 중 찬성 188명, 반대 86명으로 최종 가결됐다. 특검법안은 지난 18일 정부로 이송됐다. 내란 특검법에 대한 여야 합의가 사실상 결렬된 만큼, 특검법은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또는 공포 결심에 달려있다.
여권에선 검찰 기소와 맞물린 내란 특검 출범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체포, 19일 구속됐다. 구속 수사 기한이 최대 20일이기 때문에 검찰 기소 시점은 내달 초로 전망된다. 다만 검찰 기소 전 특검이 정식 출범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최 권한대행이 내란 특검법을 공포한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장의 특검 후보 추천과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빨라야 2월 말께 출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기소를 할 경우 내란 특검은 같은 혐의에 대해 수사가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계엄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검 수사가 이뤄지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내세우며 내란 특검법의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가 진행돼왔다는 점을 짚으며 “이제 더 수사하고 체포할 사람이 없는데 특검으로 누구를 더 수사하겠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윤 대통령 구속으로 내란 특검법의 명분도 없어졌다”며 “특검 추진은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을 압박하면서도 특검에 따른 공소유지 필요성을 내세웠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위헌·위법한 내란 수사를 위한 내란 특검법을 즉시 공포하라”며 “시간을 끄는 건 대한민국을 무법천지로 만드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노종면 의원은 “확실한 공소유지를 위해서라도 특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최 권한대행이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결심할 경우, 재의요구안 상정을 위한 임시 국무회의 시점은 설 연휴가 끝난 이달 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