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향후 수사와 재판 일정도 가시화되고 있다. 구속 상태로 최장 20일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수사를 받은 뒤 내달 초 재판에 넘겨지면 이르면 오는 8월께 1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윤 대통령이 형사·사법 절차를 지연시키기 위한 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버티기를 하고 있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20일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측은 “모든 사법 절차에 최선을 다해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조만간 법원에 구속영장이 적법하게 발부됐는지에 대한 판단(구속적부심)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구속적부심 기간은 구속기간에서 제외된다. 또 보증금 납입 조건부 석방(보석)을 청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원이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증거인멸 염려’를 든 만큼 인용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석방 가능성이 낮은데도 모든 이의제기 수단을 동원하는 건 지지자들의 결집을 호소하고, 재판을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은 1차 체포영장에 대해 법원에 이의신청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체포영장이 재발부되자 체포적부심도 청구했다. 윤 대통령 측이 그동안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펼친 이의 및 기피 신청 등은 모두 11건으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측이 법 지식을 활용해 수사와 체포 등을 빠져나가려는 전략을 쓴 게 오히려 구속되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측은 또 윤 대통령의 외부인 접견을 금지한데 대해 “내란과 관련 없는 가족과의 접견을 제한하는 것은 수사 목적이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분풀이에 불과하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입장문에서 “범죄사실이 소명된다고 주장하면서, 그와 반대로 증거인멸 우려를 들어 접견 제한 조치까지 취한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버티기에 대해 공수처는 강도높은 대응을 예고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체포 이후 출석 요구가 수차례 있었고, 모두 불응했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강제구인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추가 출석 요구 없이 강제구인 여부 등 향후 조치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공수처는 법률과 판례에 따라 구속영장 효력에 따라 강제구인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법원은 2013년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금된 피의자가 조사실 출석을 거부할 경우 구속영장의 효력에 의해 조사실로 구인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다만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강제 구인까지 거부할 경우에 관해서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공수처는 이와함께 구치소 방문 조사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1차 구속기한은 오는 28일이며 법원에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해 허가되면 내달 7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수사는 체포 시점부터 한 차례 연장을 포함해 최대 20일까지 가능하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체포적부심사,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만큼 관련 자료를 각각 법원에 보내고 반환받은 기간 등을 구속기간에서 제외해야 하므로, 구속기간이 최장 20일에서 4일이 더 늘어났다고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내 경호처와 삼청동 안전가옥(안가)에 대한 압수수색 재시도에 나섰다. 경찰은 안가의 폐쇄회로(CC)TV 영상자료 및 대통령실의 비상계엄 선포 관련 문건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달 3일 계엄 선포 3시간 전 안가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계엄 관련 지시사항 문건을 전달받았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