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한국 시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두고 부울경 상장사들이 ‘트럼프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역 주력 산업인 조선업, 중화학 공업에 수혜가 예상되면서 지역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부산 대표 조선 기업인 HJ중공업의 주가는 6350원으로 트럼프 당선(지난해 11월 7일) 이전보다 2.65배 상승했다. HJ중공업은 지난 7일 7190원으로 7000원대에 진입한 뒤 등락을 거듭하며 7일째 7000원대를 유지하기도 했다.
HJ중공업은 트럼프 당선인의 당선 전인 지난해 11월 6일 주가는 2390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화두로 “조선업 협력”을 언급한 뒤 주가는 급등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후에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과 조선업 협력이 필요하고, 미국 해군 재건과 관련, 동맹국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울산이 본사인 HD현대중공업과 경남 거제에 본사를 둔 한화오션도 주가가 순풍을 탔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4일 장중 31만 8000 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3개월 동안 주가는 70% 이상 올랐다. 한화오션도 지난 16일 5만 1500원을 찍으며 1년 신고가를 다시 썼다. 지난해 11월 2만 6000원 대에 머물던 한화오션 주가는 두 달 만에 2배 가까이 오르며 5만 원 선을 넘겼다.
지난해 말 미국 상원에서는 ‘미국 조선 및 항만 인프라 번영과 안보를 위한 법안(SHIPS for America Act)’이 발의되기도 했다. 해당 법안의 골자는 미국 조선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미국 선주들이 당장 올해부터 한국·일본 조선사와 2029년 납기 상선 건조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조선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호재다. HJ중공업은 지난해 조선 부문에서 총 1조 7500억 원 규모의 수주를 달성해 2022년 대비 150%, 2023년 대비 300% 증가했다.
트럼프 효과는 비단 조선업 뿐만이 아니다. 경남 기업인 SNT에너지는 화석 연료 사용을 언급한 트럼프 당선인의 석유·LNG 수혜주로 꼽히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달 말 주가가 2만 4000원을 넘기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주가 상승을 넘어 지난해 말 미국 베크텔에너지와 719억 원 규모에 이르는 대규모 에어쿨러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경남 방산산업의 대표 주자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 1년간 평균 주가 상승률은 20일까지 170.92%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로 언급될 때부터 수혜주로 각광을 받았는데, 국방비 증액 요구로 방산업체들의 실적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최근 정부가 방산업 등을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소식도 방산주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다만 증권가에는 지역 주력 기업이 포진한 조선, 방산 분야의 추가 상승을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미국 조선·방산주의 상승이 최대 수준에 근접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일부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주가가 고점 대비 하락했다. 조선업체들의 수주 증가로 실적 개선이 예상되지만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에는 이미 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반면 국내 조선사들이 3년 이상의 풍부한 수주 잔고를 확보한 만큼 올해도 조선사들의 실적 상승과 함께 주가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삼성증권 한영수 팀장은 “미국이 중국 조선소 및 해운선사를 블랙리스트에 포함시켰다고 해서 바로 직접적인 제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시장 점유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만, 거듭되는 주가 상승으로 한국 조선사들의 밸류에이션은 다소 부담스러운 수준에 근접했다”고 설명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