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내놓은 AI 모델이 미국의 기술 리더십에 대한 우려를 낳으며 미국 지수 선물이 일제히 급락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딥시크 쇼크를 두고 과거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가 촉발한 우주개발 경쟁에 빗대고 있다.
26일 새벽 4시 48분 현재(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선물은 3.23%, S&P500 선물과 다우 선물도 각각 1.95%, 0.88% 각각 급락하고 있다.
나스닥 선물이 3% 이상 급락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딥시크의 AI 모델의 가성비가 훨씬 뛰어나고 접근하기 위한 기술로 구축돼 미국 기술기업의 주가가 과대평가 됐다는 우려가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브로드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알파벳 등 주요 AI 기업의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 개장 이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우려된다.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보도 등에 따르면 딥시크의 AI어시스턴트는 이날 미국의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오픈AI의 챗GPT를 2위로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 20일 딥시크가 추론 AI 모델인 딥시크-R1 시리즈를 출시한 지 일주일 만이다.
앞서 이 회사가 내놓은 딥시크-V3를 발전시킨 딥시크-R1은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추론 AI 모델 ‘o1’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나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전 세계 AI업계를 놀라게 했다. 정확한 개발비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한 오픈AI나 메타 등 거대 정보기술(IT) 업계의 최신 AI모델에 비하면 훨씬 적은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딥시크는 지난달 말 출시한 딥시크-V3가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규제에 걸리지 않도록 엔비디아에서 따로 만든 저사양 칩을 활용하고, 훈련 비용도 600만 달러 이하로 메타 등 미국 거대 IT기업의 최신 AI모델 훈련에 사용된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는 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딥시크의 AI어시스턴트가 미국 앱스토어에서 1위를 한 사실을 두고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AI분야 선두주자로서 미국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딥시크의 돌풍의 충격파는 미국 선물 지수에 앞서 주요국 증시에서 이미 확인됐다. 이날 중국 본토와 홍콩, 일본 증시에서는 딥시크의 비즈니스 모델과 연계된 중국 기술기업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증시에서는 미국의 기술 리더십과 AI 관련 투자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며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일본 증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의 주요 참여사인 일본 소프트뱅크가 8% 이상 급락했다. 유럽증시에서도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이날 장 초반 9.4% 폭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 마크 앤드리슨은 과거 냉전 시대 옛 소련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려 미국과의 우주개발 경쟁을 촉발한 것을 언급하며 딥시크 돌풍이 “AI의 스푸트니크와 같은 순간”이라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