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도체 보조금 못 받나… 삼성·SK ‘촉각’

입력 : 2025-01-30 17: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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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행정부와 계약 체결했더라도
지급 장담 못한다며 거센 압박
공장 착공, 생산 지연 등 우려
“악영향 일시적일 듯” 기대감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기업들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텍사스주 테일러에 위치한 삼성 오스틴 반도체 공장. 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기업들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텍사스주 테일러에 위치한 삼성 오스틴 반도체 공장.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한 각종 산업정책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면서 한국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 기업들이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기로 바이든 행정부와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지급을 장담할 수 없다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29일(현지 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기로 미국 정부와 확정한 계약을 이행(honor)하겠냐는 질문에 “말할 수 없다. 내가 읽지 않은 무엇을 이행할 수 없다”고 답했다.

앞서 배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 대행은 28일(현지 시간) 각 정부 기관에 보낸 메모에서 ‘반도체(CHIPS) 인센티브 프로그램’ 등이 포함된 연방 차원의 보조금 및 대출금 지출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워싱턴DC 연방법원은 곧바로 보류 명령을 내리며 제동을 걸었는데 상무 장관 지명자가 거듭 보조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연방 자금 집행 중단 조치 현실화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보조금이나 저리 대출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입법 성과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IRA 등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받게 돼 있는 세액 공제 혜택과 대출금, 미국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법에 따라 받게 돼 있는 보조금 등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370억 달러 이상의 최종 투자 규모를 결정하고, 지난해 12월 20일 미국 상무부와 47억 4500만 달러(약 6조 9000억 원)의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계약을 최종 체결했다.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한 SK하이닉스도 같은 달 19일 미 상무부로부터 최대 4억 5800만 달러(약 6639억 원)의 직접 보조금 지급이 결정됐다. 인디애나 공장에서는 오는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AI 메모리 제품이 양산될 예정이다.

만약 이미 지급이 결정된 보조금이 줄면 공장 착공 및 생산 지연 등 기존에 세워둔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보조금이 일시 집행 중단되더라도 한국의 대미 설비투자와 고용 창출과 연계된 보조금 등은 해당 투자 지역을 지역구로 둔 여야 의원들의 입김으로 인해 복원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한편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저비용 고기능 ‘딥시크 R1’가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 메모리)칩을 독점 공급하다시피 한 SK하이닉스와 소부장 업체인 한미반도체의 경우 다소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저성능칩이 주목 받을 경우 오히려 기회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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