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참사 한 달 만에… 또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입력 : 2025-01-30 18: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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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김해공항서 홍콩행 여객기
이륙 준비 중 꼬리 편 내부서 불
탑승자 176명 전원 ‘비상 탈출’
20분 출발 지연… 큰 피해 모면
기내 선반 보조배터리 원인 무게
잇단 항공기 사고에 국민 불안감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현장에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앞두고 안전 확보를 위한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고는 지난 28일 오후 10시 15분 김해국제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7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에서 발생한 화재로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무사히 탈출했고, 이 과정에서 승객 3명과 승무원 4명이 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종진 기자 kjj1761@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현장에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앞두고 안전 확보를 위한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사고는 지난 28일 오후 10시 15분 김해국제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7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에서 발생한 화재로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무사히 탈출했고, 이 과정에서 승객 3명과 승무원 4명이 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전남 무안공항에서 벌어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한 달 만에 부산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이 덮치기 전 탑승자 전원이 비상용 슬라이드로 탈출해 큰 인명 피해는 없었다.

지난 28일 오후 10시 15분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76명(승객 169명·승무원 6명·탑승 정비사 1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 꼬리 부분 기내 선반에서 불이 났다. 불길은 발생 1시간 16분 만인 오후 11시 31분 완전히 꺼졌지만 기체의 천장 부분이 모두 탔다. 30일 기준 경상자는 총 7명(탑승객 3명·승무원 4명)으로 확인된다. 승무원들의 경우 마지막 탈출까지 승객을 챙기다 연기 흡입으로 가슴 통증을 호소해 진료를 받았으나 큰 이상이 없어 귀가했다.

항공업계에선 항공기 이륙이 지연된 까닭에 기적적으로 대형 참사를 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초 지난 28일 오후 9시 55분 이륙 예정이었던 해당 항공편은 항공기 정비 등으로 20분가량 이륙이 지연되면서 대기하던 중 불이 났다. 지연 출발하지 않았다면 공중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화재 원인을 두고 여러 진술과 추정이 쏟아지면서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에도 관심이 쏠린다. 30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해당 항공기에 탑승한 승무원은 항공기 뒤쪽 주방에 있다가 닫혀 있던 선반 내부에서 연기와 불꽃이 나는 것을 보고 관제탑으로 “계류 중인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신고했다. 당시 승객들도 선반 내부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해당 항공기에 탑승한 한 승객은 “기내 수하물을 두는 선반 짐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후 조금 있다가 새빨간 불과 연기가 났다”며 “소화기로 대처할 겨를도 없이 연기가 자욱하고 선반에서 불똥이 떨어지면서 상황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보조배터리로 인한 폭발 사고에 무게를 둔다. 사고 당일 기체 내부를 확인한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원래 기내 오버헤드빈(기내 수하물 보관함)에는 일체의 전자장치가 없다”며 “불꽃을 확인해 본 결과 보관함 내 리튬이온 소재 배터리에서 열폭주가 일어나 불이 확산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한 항공업계 전문가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미국 항공편에서 발생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사고가 약 5배(388%)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다”며 “절대적인 수치 자체가 많지는 않으나 2024년 총 77건의 사고가 보고돼 평균 주 1.5회 꼴로 나타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공식적인 화재 원인을 보조배터리 폭파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위해 정확한 조사와 충분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이날 오전부터 합동 감식을 위한 사전 회의를 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 당국과 감식 방법과 시기 등 세부사항을 놓고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항철위는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해 사고기 양쪽 날개에 실려 있는 항공유 처리 방식을 놓고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항공유를 빼내기로 결정한다 해도, 3만 5000파운드(약 1만 6000kg)에 달하는 기름을 안전하게 빼내는 데는 24시간 넘게 걸리는 탓에 31일에도 합동 감식에 착수하기는 물리적으로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항철위 강용학 조사단장은 “조사 과정에서 추가 화재로 인한 폭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화재 감식에 필요한 안전 보호 조치를 논의하고 항공기 상태를 확인하는 등 합동 감식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확한 발화점과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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