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업체에 각종 모의고사·학력평가 문항을 공급하고 금품을 챙긴 교사 수백 명이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이들 비양심 교사들이 수 년여에 걸쳐 사교육 업체로부터 받은 금품은 2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교사들의 불법 문항 거래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18일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사교육 업체로부터 5000만 원 이상을 받은 교원들의 문항 거래 행위를 점검해 249명의 교사가 재산상 이득을 얻은 것으로 확인했다. 감사원은 29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220명에 대해서는 교육부에 적정 조치를 내릴 것을 통보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249명이 지난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공급하고 받은 금액은 총 212억 9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에 적발된 교사들은 사교육 업체가 구성한 문항제작팀에 가담하거나 직접 문항공급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고등학교 A 교사는 주요 시험 출제 위원·검토 위원 경력이 있는 교사 8명으로 문항공급 조직을 구성해 2019년부터 2023년 5월까지 사교육업체와 강사에게 문항 2000여 개를 넘기고 6억 6000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EBS 수능연계교재 집필진으로 참여한 한 고등학교 B 교사는 EBS 교재 발간 전에 문항이 담긴 파일을 빼돌리거나, 다른 집필진에게 교재 파일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7년간 8000개 문항을 5억 8000만 원을 받고 사교육 업체에 넘겼다가 적발됐다.
고등학교 C 교사는 자신의 배우자가 사교육 업체를 설립하자 현직 교원 36명으로 문항제작진을 구성해 공급하기도 했다. 해당 업체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8억 9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고, C 교사는 3억 원을 챙겼다.
한편 지역별로는 서울·경기 지역에서의 문항 거래가 많았다. 서울·경기의 사교육 업체 문항 거래 규모가 198억 8000만 원으로 전체 금액의 93.4%를 차지했다. 과목별로는 과학(66억 2000만 원)이 가장 금액이 컸고, 수학(57억 1000만 원), 사회(37억 7000만 원), 영어(31억 원), 국어(20억 8000만 원) 순이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