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논리 뒤에 숨은 지자체, 적극 개입해야

입력 : 2025-02-24 18: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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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의 비극 막을 해법은

상권 유지에만 초점 둔 공공 개입
주민 민원은 소수의견 치부 예사

지난 12일 부산 수영구 민락로 한 다세대 주택 담벼락에 걸린 현수막(위). 인근 한 골목 귀퉁이에는 주민이 직접 마련한 담배꽁초 수거함이 놓여져 있다. 손혜림 기자 지난 12일 부산 수영구 민락로 한 다세대 주택 담벼락에 걸린 현수막(위). 인근 한 골목 귀퉁이에는 주민이 직접 마련한 담배꽁초 수거함이 놓여져 있다. 손혜림 기자

부산 민락로 암 환자 현수막은 주거지역 신흥상권마다 반복되는 갈등의 대표적 사례다. 대부분 주민과 상인 중 한 쪽이 떠나야 갈등이 끝나는 모습이다. 전문가는 저층 주거지의 상업화 흐름 속에서 지자체는 거리 활성화를 이유로 손 대기 꺼리는 등의 이유로 이 같은 갈등이 지속된다고 분석했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부산 지역 주요 주거지 신흥 상권·관광지에 대한 지자체 상생 대책을 살펴보니,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조성한 관광지인 경우 주민 보호에 적극 개입이 이뤄졌다. 대표적으로 2010년 도시재생을 계기로 조성된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에서는 과잉 관광으로 인한 주민 피해가 지속되자 사하구청은 최근 ‘특별관리지역’ 지정 검토에 나섰다. 지정되면 관광진흥법에 따른 편의시설 설치, 이용료 징수, 통행 제한 등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장 흐름에 따라 주거 지역이 신흥 상권으로 변화한 경우, 공공의 개입은 ‘상권 유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존 상인과 건물주 간 상생 협약을 맺는 것이 대표적이다. 주민 불편에 대해선 민원 발생 시 대응하거나 안내 현수막을 거는 정도여서 근본 대책이 되지는 못한다. 이런 경우 대다수 원주민이 지역을 이탈하고 나면 갈등 양상이 옅어진다.

소비 유행과 관광 트렌드의 변화 등으로 주거지역의 상업화는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는 일종의 ‘손 안 대고 코 푼’ 도시재생에 상권 압박 우려가 있는 행위에 나서지 않고, 생활 불편은 지역 이해관계 속에서 소수 의견으로 취급되면서 마찰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 건축학과 우신구 교수는 “부산 감천문화마을 등은 지자체 정책을 통해 만들어져, 주민 단체와 규약이나 협정을 맺는 식으로 해결 방안을 찾기도 한다”며 “반면 ‘○리단길’식 거리는 개인들의 투자로 만들어지다 보니 (지자체는) 이를테면 ‘그게 법에 어긋나냐’만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팔리던 주택을 팔게 된 집주인과 뭘 해도 활성화가 어렵던 지역이 살아나는 것을 반기는 구청의 입장 사이에서, 그 지역에 남아 살고자 하는 피해 주민은 소수가 돼 문제 해결이 까다로워진다”며 “죽은 거리가 살아나며 덕 본 사람들 이면에 피해 입은 이들을 지원하는 방안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권의 자정 노력도 필수다. 상권 형성 초기 주민과의 갈등을 경험한 전포사잇길의 조은사잇길 상인회 장백산 회장은 “구의원으로 활동하며 조례 제정을 통해 빛 공해, 소음 등에 대한 우리의 규칙을 만들어보려고 했으나 상위법 등 한계가 있었다”며 “상권도 자정 노력을 하는 한편 주민과 유대를 쌓고 서로 배려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일 것”이라고 전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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