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철회 따랐더니 돌아온 건 제재… 파랗게 질린 금양

입력 : 2025-03-06 18:25:16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4일 불성실법인 지정·벌점 7점
유상증자 철회 번복 이유로 지정
금융당국 제재 따르다 기업 피해
전 거래일 대비 -26.11% 하락해
과도한 규제가 투자자 피해 돌아와

한국거래소가 지난 4일 금양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면서 지난 5일 하루 거래가 정지됐다. 지난해 10월부터 공사에 들어간 금양의 기장 드림팩토리 공장 내부. 부산일보DB 한국거래소가 지난 4일 금양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면서 지난 5일 하루 거래가 정지됐다. 지난해 10월부터 공사에 들어간 금양의 기장 드림팩토리 공장 내부. 부산일보DB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가 금융당국 간섭으로 계획 실행 시기를 놓치고 끝내 유상증자를 철회한 부산 이차전지 기업 금양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금융 당국 제재에 따르다 생긴 과정을 외면한 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낙인 찍는 바람에 결국 금양의 자구 노력은 허사가 되고, 주가 폭락으로 투자자 신뢰만 잃는 결과로 이어졌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양은 최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에 따라 지난 5일 하루 거래 정지된 뒤 이날 거래를 재개했다. 거래소는 지난 4일 오후 금양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벌점 7점, 공시 위반 제재금 7000만 원을 부과했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사유는 유상증자 철회 결정에 따른 공시 번복이었다. 금양은 지난 1년 동안 받은 누계 벌점이 17점으로 늘어 관리종목으로도 지정됐다. 현재 편입된 코스피200에서도 자동 탈락했다.


증권가에서는 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의 ‘엇박자’ 결정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된다. 금감원의 ‘압박’에 금양이 끝내 유상증자를 철회했지만 받아든 결과는 거래소의 제재이기 때문이다. 거래소의 결정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유상증자를 사실상 제지한 점, 주가 하락으로 유상증자 결정을 번복할 수밖에 없었던 기업 상황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금양은 지난해 9월 4500억 원 규모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금감원이 금양에 보완 서류를 요구하며 유상증자가 3개월 이상 지연됐다. 발표 당시 5만 원대이던 주가는 철회 때는 2만 원대까지 급락했다. 주가 하락으로 유상증자 자금 조달 동력이 상실된 금양은 유상증자를 철회했다. 금감원의 심사 결과로 유상증자를 철회했지만 돌아온 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었다. 금융 주가는 지난 4일 1만 7770원으로 하락했고 6일 종가는 1만 3130원이었다.

기업의 경영적 판단의 일환인 유상증자에 대한 결정 번복에 벌점을 매기는 것이 거래소의 투자자 보호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양 뿐 아니라 기업의 경영적 결정에 거래소가 제재를 하고 주가가 흔들리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코스피 상장사 이수페타시스는 지난해 11월 유상증자를 결정했지만 금감원의 허가가 나지 않아 당초 5500억 원 규모였던 유상증자 금액을 2500억 원으로 줄였다. 소액주주의 주가 가치 보호를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금액 변동에 따른 한국거래소의 불성실공시에 따른 벌금, 제재금 부과였다. 한국거래소와 금감원은 “기업이 유상증자를 철회하거나 변경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증권 신고서를 제대로 검토를 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주의 의견을 반영하거나 기업 생사가 달린 경영적 판단이라면 이를 불성실공시로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 대다수 상장사들의 입장이다. 지역의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제재나 주주 입장 반영을 위한 변경까지 거래소가 제재하는 것은 증시 밸류업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