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짧은 영상을 보는 것에 익숙하다. 10초 남짓한 영상에 빠져들다 보니, 긴 글을 읽고 집중하는 시간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자연스럽게 책을 읽고 사고력을 키우는 경험도 사라진다. 특히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우리 아이의 문해력이 또래보다 떨어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할 수 있을까. 독서 전문가들은 “억지로 책을 읽히려 하기보다, 책과 친숙해지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부모가 먼저 스마트폰 대신 책을 손에 든 모습을 보이고, 아이들에게 장르 불문 스스로 책을 고르고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사고력과 감수성 키우는 책
영상은 빠르고 쉽게 소비된다. 머릿속에서 한 번 더 생각할 필요가 없다. 화려하고 구체적인 장면을 즉각 뇌에 집어넣기 때문이다. 반면 책을 읽으면 문장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필수다. 문해력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산 사하구 옥천초등학교 이민숙 수석교사는 “책을 읽는 것은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아이들의 인지 발달과 사고력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이 수석교사는 “특히 저학년 아이들은 책장을 직접 넘기며 손으로 촉감을 느끼는 과정에서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고학년의 경우, ‘독서가 사고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를 설명하면 아이들이 독서의 필요성을 더욱 쉽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공감 능력도 독서가 주는 중요한 효과 중 하나다. 부산 남구 용소초등학교 김혜미 사서교사는 “책을 통해 다양한 인물과 상황을 접하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가며 기쁨과 슬픔, 갈등을 경험하고,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게 된다. 이런 과정은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도서관·책방에서 스스로 골라야”
부모가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아이에게 ‘이 책이 더 좋아’라며 권장 도서를 추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오히려 독서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 아이가 ‘내가 좋아하는 책은 가치가 없다’고 느끼면, 독서 자체를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더라도 강요하지 않고, 아이가 원하는 책을 고를 수 있도록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민숙 수석교사는 직접 책을 고르며 주도권을 갖게 되면, 독서 습관이 더욱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선택할 수 있어야 독서가 즐거운 경험이 된다. 특정 장르만 읽도록 제한하면 흥미를 잃을 수 있다”면서 “모험 소설이든 만화책이든, 아이가 원하는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두고,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직접 책을 골라보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부모가 스마트폰을 보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은 금물이다. 부산 기장군 가동초등학교 김예지 교사는 “부모가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가족이 함께 독서하는 시간을 정하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하게 된다. 책의 줄거리를 이야기하다가 흥미로운 부분에서 멈추면, 아이들이 스스로 궁금증을 느껴 책을 찾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전했다.
■독서 분위기 조성·재미가 핵심
전문가들은 독서가 재미있어야 지속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을 읽는 경험이 즐거워야 자연스럽게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김혜미 교사는 “집에서도 책 읽는 것이 재미있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일정량의 책을 읽으면 작은 보상을 주는 방식이나, 가족이 돌아가며 같은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독서 릴레이’ 같은 활동이 효과적”이라며 “책을 읽는 시간을 공부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하는 즐거운 경험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꾸준한 실천을 통해 독서의 습관화를 강조하는 조언도 제시됐다. 김예지 교사는 ”자기 전에 10분씩이라도 부모가 책을 읽어주면 독서 습관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초등학교 고학년생에게도 부모가 직접 책을 읽어주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TV와 스마트폰을 끄고 가족이 함께 독서하는 시간을 가지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아이들이 책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부산 남구 석포초등학교 송민주 교사는 ”책장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배치하고, 도서관이나 서점을 자주 방문해 다양한 책을 접할 기회를 만들어주면 좋다”면서 “인근 도서관에서 작가와의 만남, 독서 행사 등에 참여하면 책에 대한 흥미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