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대장주였던 금양, 결국 상장폐지 절차

입력 : 2025-03-23 18: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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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9조→6000억대 추락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 받아
거래소, 실질심사 착수 예정

금양의 기장 드림팩토리 공장 내부. 부산일보DB 금양의 기장 드림팩토리 공장 내부. 부산일보DB

2년 전 이차전지 대장주로 이름을 날렸던 금양이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렸다. 한때 9조 원이 넘었던 금양의 시가총액은 6000억 원대로 줄어들었다. 지난 21일 기준 금양 주가는 9900원까지 떨어졌다. 지역 선도기업으로 주목받았던 금양이 한순간에 무너지며 지역 사회에 미치는 충격파도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양은 지난 21일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며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금양 감사인인 한울회계법인은 의견 거절의 이유로 “회사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할 가능성에 대해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속적인 투자 유치와 공장 완공 이후 이를 담보로 한 자금 조달 계획 이행 여부가 불확실하다”고도 설명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금양에 대한 상장 폐지 실질심사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유가증권 상장 기업이 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으면 바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기업은 관련 통지를 받은 15일 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심사 진행 중에는 거래 정지가 유지된다. 금양의 이의신청 기간은 다음 달 11일까지다. 이의신청이 없으면 상장폐지 수순에 들어간다.

금양은 지난 5일 한국거래소로부터 공시 번복을 이유로 벌점 7점을 부과 받으면서 누적 벌점 17점을 기록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4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철회했다 벌점을 받았고 이는 금양을 나락으로 내몰았다. 지난해 10월에는 금양이 몽골 광산 매출 전망을 4024억 원에서 66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1610억 원에서 13억 원으로 대폭 정정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거래소가 금융당국 제재에 따르다 생긴 과정을 외면한 채 금양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낙인 찍는 바람에 기업의 자구 노력은 허사가 되고 기업이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금양은 부산의 미래 먹거리를 이끌어갈 기업으로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한때 주가도 20만 원 이상까지 올랐고 부산시는 물론, 상공계 학계까지 금양을 향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2년여 만에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금양의 상장폐지 가능성으로 투자자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양은 최근 코스피200지수에서도 제외되며, 주가는 최고점 대비 90% 이상 하락했다. 2023년 이차전지 열풍 속에서 급등했던 주가가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현정 기자 yourfoot@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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