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위기 처한 금양, 지역 상공계·부산시 '조마조마'

입력 : 2025-03-24 18: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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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로 주목받았지만
상장폐지 현실화 가능성 높아
이차전지 클러스터 차질 예상
핵심 기업 흔들려 영향 미칠 듯
20만 명 넘는 소액주주도 불안

부산시가 추진 중인 E-PARK 산업단지의 지난해 6월 준공 당시 모습. 왼쪽에 공사 중인 곳이 금양의 생산 공장이 들어서는 부지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추진 중인 E-PARK 산업단지의 지난해 6월 준공 당시 모습. 왼쪽에 공사 중인 곳이 금양의 생산 공장이 들어서는 부지다. 부산시 제공

‘부산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던 금양이 2년 만에 상장폐지 위기(부산일보 3월 24일 자 14면 등 보도)에 몰리자 부산 상공계가 술렁이고 있다. 금양을 이차전지 클러스터의 중심축으로 육성하려던 부산시도 금양의 하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다. 개인투자자들은 충격 속에서도 후속 조치들에 귀를 기울이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양이 지난 21일 감사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거래소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절차에 착수했다.

금양은 다음 달 11일까지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실질심사 기간에는 주식 거래가 정지된다. 최종 상장폐지까지는 기업 개선 계획에 대한 거래소 심사 과정 등이 남아있지만 상장폐지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역 선도기업으로 꼽히던 금양의 소식에 지역 경제계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금양은 전통산업 중심의 부산 제조업 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기폭제’로서 주목받았기 때문에 상장폐지 여부에 더욱 관심이 크다.

한 기업 대표는 “금양은 발포제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은 좋은 사례로 평가 받았는데 아쉬움이 크다”며 “삼정기업의 법정관리부터 금양의 상폐 위기까지 가뜩이나 좋지 않은 지역 경제가 활력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금양을 중심으로 동부산 E-PARK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이차전지 클러스터를 만들려는 청사진을 갖고 있던 부산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는 최근 몇 년 새 금양과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행정부시장을 전담 책임관으로 임명해 기업 규제 완화 등에 나서는 등 금양을 이차전지 클러스터의 ‘키’로 육성하려 했다.

시 관계자는 “산업단지는 지난해 6월 준공이 됐고 관련 설비 시설도 상당 부분 진척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양이 대표적인 지역 기업이고 시민 일자리와도 연관된 만큼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다방면으로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차전지 클러스터의 핵심인 금양이 흔들린다면 시의 육성 정책 역시 추진력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북 포항시만 보더라도 에코프로비엠, 포스코 등 이차전지 관련 대표 기업들이 있고 이들을 중심으로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며 “부산 이차전지 산업의 핵심은 누가 봐도 금양인데 금양이 흔들린다면 주변 기업들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만 명이 넘는 소액주주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금양의 소액주주는 전체의 65%에 달한다. 주가는 고점 대비 90% 이상 폭락했고 9조 원이 넘어가던 시가총액은 현재 6000억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리자 일부 주주는 유상증자를 막은 금융당국에 책임을 묻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 반응은 회의적이다.

이날 금양 측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오래전부터 당사의 가치와 비전을 믿고 투자해 주신 주주 여러분께 너무나도 크나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책임을 통감하며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빠른 시간 안에 해소해 거래가 재개되도록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조치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금양은 근로자에게 무급 휴가 신청을 받고 임원 임금을 반납하는 등 자구 노력도 진행 중이다.

1978년 설립 후 발포제와 정밀화학 제품을 생산해 온 금양은 2020년대 들어 이차전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특히 이차전지 사이클을 맞아 부산을 대표할 기업으로 평가받아 2023년 7월 26일 금양 주가는 장중 19만 4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고, 회사 시가총액은 10조 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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