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천년고찰 경북 의성 고운사의 각종 보물이 경북 북부를 휩쓴 산불에 크게 소실됐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조계종은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경북 의성군 고운사가 전날 사찰을 덮친 불길에 큰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은 형체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소됐다. 고운사 입구에 세워진 최치원 문학관도 뼈대만 남긴 채 모두 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대식 건물로 지은 대웅전과 명부전 등은 가까스로 온전한 모습을 유지했다.
이날 고운사를 방문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산불로 유명을 달리하신 국민도 많다는 소식에 위로와 애도를 전한다"며 "잔해를 보니 불길이 얼마나 강했는지 알겠다. 진압에 나서준 소방대원들과 모든 관계자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은 "어제 오후 4시 한참 넘어서까지도 절에 남아있었다"며 "사람들 대피시키고, 문화유산들 조금이라도 더 챙기려고 했는데 소방관도 외부 건물 화장실로 급히 피신해야 할 만큼 불이 사방으로 삽시간에 퍼졌다"고 당시의 다급했던 상황을 전했다.
신라 신문왕 1년(서기 68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운사는 경북을 대표하는 주요 사찰 중 하나이다. 앞서 전소된 가운루는 계곡을 가로질러 건립한 누각 형식의 건물로 지난해 보물로 승격됐으며, 이보다 먼저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 역시 조선 왕실과 인연이 깊은 건물로 유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운사가 있는 의성 단촌면은 산불이 확산함에 따라 전날 오후 3시 20분께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다만 화마가 덮치기 직전까지 유물 등을 밖으로 옮기던 승려 5∼6명을 포함한 20여 명은 마지막 불상과 함께 오후 3시 50분께부터 고운사를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원 부산닷컴기자 kooknot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