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내몰리는 부산 소상공인, 폐업 공제금 ‘역대 최대’ (종합)

입력 : 2025-03-26 18: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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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노란우산 공제금 197억
코로나 유행 때보다 3배 넘어
공제 담보 대출도 3414건 달해
고금리·내수침체에 생계 위협

폐업으로 부산 소기업·소상공인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공제금이 사업이 시작된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세 때인 2021년과 비교해도 3배나 많은 것으로 확인돼, 고금리·내수침체로 인해 부산 소상공인이 한계 상황에 내몰렸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26일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부산 지역 소상공인 1400명에게 역대 최대인 폐업 공제금 197억 원이 지급됐다. 이는 노란우산 공제금이 시행된 2007년 이후 최대 금액이다. 일반적으로 정산 등의 문제로 연초에 가장 많이 폐업한다. 이 때문에 연초를 그해 폐업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기로 보는데, 올 1~2월이 부산에서 역대 최대로 폐업이 많이 이뤄진 시기로 확인됐다.

노란우산공제는 폐업이나 노령 등의 생계위협으로부터 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2007년부터 도입된 사업으로 일종의 ‘소상공인 퇴직금’ 제도다. 적금처럼 매달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 폐업 시 원금에 연 복리 이자를 더해 일시금 또는 분할금 형태로 돌려받는다. 폐업으로 인한 공제금 지급 규모가 최대로 늘어난 건 한계상황에 몰린 부산 지역 소상공인이 증가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달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이 큰 어려움을 겪었던 2021년 2월보다 폐업 공제금액이 약 2배 이상 많았고, 공제를 해산한 경우도 3배가 넘었다. 지난달 폐업 공제금 지급 건수는 2021년 2월에 비해 1.8배 많은 671건이었고, 지급 규모는 94억 원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 관계자는 “통상 연말에 정산을 마치고 연초에 폐업 신청을 많이 한다”며 “1~2월의 폐업 건수로 그해 소상공인들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공제부금 납부가 어려워 해약한 경우는 363건으로 2021년 2월의 3.6배에 달했다. 공제금을 담보로 한 대출 건수도 2021년의 3.4배인 3414건으로 확인됐다.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은행의 대출 연체나 국세 체납 시에도 압류 대상이 되지 않아 최후의 수단으로 해약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급 규모가 증가한 것은 노란우산 가입자가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경영 부담이 가중되며 폐업한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생계 위협에 대비한 노란우산공제 가입자는 오히려 늘었다. 지난달 부산 신규 가입자는 2013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4% 늘었고, 지난달 말 기준 재적 가입자도 작년보다 5.7% 증가한 1만 6583명으로 집계됐다. 부산시는 공제금이 부담스러운 소상공인을 위해 2019년부터 ‘부산시 노란우산 가입장려금 지원사업’을 시행 중이다. 부산시는 2019년부터 노란우산 신규 가입자에게 월 2만 원씩 최대 1년간 가입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장윤성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장은 “수년째 이어진 경기침체와 비상계엄 사태, 미국발 무역전쟁 등 연이은 각종 대내외 악재로 소상공인의 생계가 더욱 위협받고 있다”며 “채무 부담을 완화하고 임대료와 같은 고정비용을 줄여줄 수 있는 소상공인 사회안전망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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