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엿새째 이어지는 산불에 인명과 재산 피해 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안동시를 넘어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 등 경북 북부와 동해안 쪽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산림청 ‘실시간 산불 정보’에 따르면 26일 오후 4시 기준 전국 6개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해 산불 경보단계 ‘심각’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 진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지역은 △경북 의성군 안평면 △경남 산청군 시천면 △울산 울주군 △경북 의성군 안계면 △경기 파주시 △전북 순창군 등이다. 이 중 전국 가용 가능한 모든 소방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산불 3단계는 의성 안평면, 산청 시천면, 울산 울주군 3곳이다.
이번 산불로 경북 의성군은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다. 의성군에서만 사망 20명, 중상 7명, 경상 8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26일에는 산불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다 추락한 헬기 70대 조종사가 사망했다. 이 사고로 이날 오후 1시 30분께부터 전국에 투입됐던 산불 진화 헬기의 안전을 위해 운항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다 오후 3시 30분께 다시 재투입 명령이 내려졌다.
그 사이 진화 작업에 차질을 겪으며 의성 산불 진화율은 68%에서 상승하지 않고 있다. 진화 마무리 단계로 넘어가는 듯하던 경남 산청군의 산불은 간밤에 불길이 하동군으로 번지며 재차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날은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선인 구곡산 능선을 넘어 번지는 모양새다. 공중·지상으로 진화 작업에 열을 내고 있으나 지리산 경계선 안까지 불길이 번졌다. 산청군은 산불이 확산되면서 이날 오후 삼장면 등 4개 마을 전체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울산 울주군 온양 대운산 산불은 진화율 90%를 보이다 현재 70%대까지 떨어졌다. 불이 바람을 타고 인근 양산시까지 번졌지만 오후 6시께 양산시로 넘어온 주불이 진화됐다.
산불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21일부터 각지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사망자를 25명으로 집계했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2만 7000여 명이 불을 피해 임시 대피소로 향했다. 다만, 피해 규모와 진화율은 변동성이 크다. 산림청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 통신이 닿지 않아 업데이트되지 않는다”며 “27일 비 소식이 있지만 큰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바람도 거세져 초속 20m 안팎의 강풍에 산림 당국의 긴장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