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철도 노선이 늘어나고 있는 부산 부전역 일대에 복합환승센터를 건립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중앙선과 동해선 열차가 새로 개통한 데다 경부선 KTX 정차를 추진하는 부전역에 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서면 새로운 철도 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부산시는 부산진구 부전동 부전역 복합환승센터 건립을 위한 용역 추진에 나섰다고 30일 밝혔다. 복합환승센터 경제성을 평가하는 사전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사업 기본 구상 등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부산시는 용역 추진에 필요한 10억 원 규모 예산을 오는 6월 2차 추경에 편성하려 한다.
복합환승센터는 대중교통 허브와 대형 상업 시설을 결합한 건물이다. 2016년 대구 동구에 문을 연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처럼 고속·광역 철도역, 시외·고속버스 터미널, 백화점 등이 한 건물에 통합된 형태다.
부전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은 10여 년 전 논의됐다가 보류된 바 있다. 부산시는 당시 정부 복합환승센터 시범 사업에 선정되면서 2013년 민간투자 사업으로 7070억 원을 들여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 부전역 일대 부지 7만 7780㎡에 연면적 27만 6800㎡, 지하 6층 지상 32층 규모 건물을 짓고 교통·상업·문화 거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경제성 부족으로 비용을 부담할 민간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사업은 결국 무산됐다. 당시 용역에 따르면 KTX 승강장 설치 비용을 반영한 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B/C) 값은 0.3으로 나타났다. 통상 철도 사업이 추진되기 위한 기준치는 0.8이다.
부전역 복합환승센터 건립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이유는 부전역이 부산 신흥 관문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부전역과 서울 청량리역을 잇는 중앙선이 개통됐고, 올해 1월부터 강원도 강릉행 동해선도 운행을 시작했다. 이후 부전역 하루 평균 이용객은 1만 명을 훌쩍 넘는다. 부산시 교통혁신과 관계자는 “10년 사이 부전역 위상과 주변 여건이 크게 달라져 복합환승센터 건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KTX 경부선 정차역 지정부터 용지 매입 등 여러 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찾으려 한다”고 밝혔다.
부전역은 또 내년 개통 예정인 부전마산선의 시·종착역이기도 하다. 부산시가 차기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 1순위로 발표한 차세대 부산형 급행철도(BuTX) 구상에도 포함됐다.
부산진구청도 낙후된 부전역 일대 개발을 촉진하고, 침체한 지역 관광과 상권을 살리기 위해 복합환승센터 건립에 팔을 걷고 나섰다. 우선 복합환승센터 건립이 동력을 얻으려면 부전역에 경부선 KTX 열차가 정차하는 게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철도 이용객과 유동 인구가 크게 늘어 사업 경제성이 높아지고, 큰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민간에서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부산진구청은 부전역을 경부선 KTX 정차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촉구하는 100만 주민 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부산진구청에 따르면 다음 달까지 이어지는 서명에 현재까지 4만여 명이 참여했다. 서명 운동을 통해 올해 12월 결정되는 제5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에 부전역을 경부선 KTX 정차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반영하는 게 목표다. 부산진구청 미래창조과 관계자는 “부전역 일대는 부산역보다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 많아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부전시장은 물론 전포카페거리, 메디컬 스트리트 등 서면 상권과도 가까워 지역 경제 활성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경부선 KTX 정차역 추진과 별개로 부전역 일대 환경 개선 작업도 진행된다. 부산진구청은 부전역 철도역과 도시철도역 사이의 보도블록과 조명을 정비하고, 관광 정보를 안내하는 키오스크 설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