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가별 상호 관세를 부과한 첫날, 관세 맞대응을 밝힌 중국에 50% 관세를 추가하면서 총 104%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은 협상의 여지는 남겨뒀지만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여 ‘미중 무역전쟁’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8일(현지 시간)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보복 조치를 하는 것은 중국의 실수”라며 “미국은 맞으면 더 세게 맞받아친다. 그것이 104%의 관세가 시행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국이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유통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10%+10%’ 관세를 부과했고, 국가별 상호 관세로 중국에 34%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미국은 철회하지 않으면 50% 추과 관세를 부과한다고 위협했고, 이날 50% 관세 추가를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공화당의회위원회 만찬 행사에 참석해 “다른 나라들은 관세를 내고 있고 지금 중국은 104%를 내고 있다”면서 “104%가 터무니없는 것처럼 생각하겠지만 중국은 많은 미국 상품에 100%나 125% 관세를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내 생각에 어느 시점에 그들(중국)이 협상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104% 관세 부과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8일 오후 늦게 중국 관영 CCTV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은 “우리는 당연히 협상의 문을 닫지 않았지만, 결코 이런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미국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협상에 더 중심을 둔 국가와 달리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 발표 이후 보복 관세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거론하며 강경 대응을 해 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인 7일 SNS X(옛 트위터)에 ‘로널드 레이건 대 관세: 1987년 연설이 다시 들어맞는 2025년’이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 글은 미국에서 보수의 상징으로 여기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관세에 관련해 연설하는 영상과 함께였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수입 상품에 관세를 더 부과하는 것은 미국 상품과 직업을 보호하는 애국적인 행동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러한 보호 조치의 효과는 단기적일 뿐이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고율 관세가 외국의 보복을 불러와 무역 전쟁을 일으키게 되고 가장 끔찍한 것은 시장 붕괴, 기업 파산, 산업 마비, 수백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한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중국과 함께 강경 대응에 나섰던 EU는 상호 관세가 부과되기 전 협상하겠다며 방향을 바꿨다. EU는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공산품에 상호 무관세 부과를 미국에 제안했고, 앞서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대표적 품목인 미국산 버번 위스키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이 중국에 104%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중국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이날 세계 주식시장은 또 한 번 요동쳤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