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 여파로 ‘金(금)사과’가 현실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사과 생산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경북 지역의 과수원 피해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가운데, 소매가격은 벌써 급등하고 있다.
농산물유통종합정보시스템 농넷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사과 상품(上品) 10개의 소매가격은 2만 8456원이었다. 전년 대비 4194원 오른 것으로, 17%나 뛰었다. 4월 상순 평균가격 역시 2만 8723원으로, 전월 하순보다 879원 올랐다. 전년과 대비하면 4086원 비싸졌다.
지난달 말 산불이 덮친 지역은 국내 사과 생산의 핵심지인 경북 의성, 안동, 청송, 영덕, 영양 등이다. 경북도는 피해 면적이 경북 사과 재배지의 약 19%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화염을 피한 과수원도 아직 안심하지 못 한다. 산불로 인한 고온과 연기로 꽃눈이 손상되면 수확량이 많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산불로 인한 토양 오염과 나무의 생육 저하도 장기적인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지에서는 경북 지역의 과일 저장창고 10~15%가 산불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한다. 햇사과가 나오기 전까지의 사과 가격도 상승할 수 있는 요인이다.
전국 사과 재배면적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가격 인상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농업관측 4월호 과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국 사과 재배면적은 3만 3113ha로, 지난해보다 0.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사과 재배면적은 연평균 1%가량 감소해 2033년에는 3만 900ha로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9년 동안 사과 재배면적 2900ha가 사라지는 것으로, 축구장 4000개가 사라지는 셈이다.
문제는, 올해 재배면적 전망치에 지난달 경북 산불로 인한 피해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영남 지역 사과 주산지 산불 피해로 향후 재배면적 변동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사과 가격이 무섭게 치솟았던 지난해 상반기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사과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0% 이상 뛰었다. 지난해 가을 사과 작황이 회복되면서 사과 가격은 안정을 찾았지만, 올해는 산불 여파로 가을 수확기 사과 가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경북 지역 산불로 배 과수원과 저장창고도 피해를 입었다. 지난 11일 기준 배 상품 10개의 소매가격은 4만 7154원으로, 전년 대비 2090원 올랐다. 사과와 배는 연중 꾸준한 수요를 보이는 데다 특히 명절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아 추석 전후 가격이 더욱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달까지는 계약된 물량이 있어 사과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저장창고 등이 불탄 상황이라 이후에는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며 “올해 사과 출하는 내년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전 조사 등을 통해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도 “파트너사의 저장센터가 있어서 당분간은 가격 영향이 없겠지만, 햇사과가 나오는 7~8월 이후부터는 가격이 조금 반영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