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부산 사상구에서 깊이 4~5m의 대형 싱크홀(땅꺼짐)이 발생한지 하루 만에 바로 인근에서 또다시 싱크홀이 발생했다. 두 현장 모두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구간으로 시민들의 ‘발 밑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 구간에선 2023년부터 지금까지 14번의 싱크홀이 발생할 정도로 사고가 빈발하지만 그 동안 관련 기관들의 수습책이 별다른 효과가 없어, 부산시 등의 정밀조사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14일 오전 7시께 사상구 감전동 새벽시장 맞은편 차도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다. 사상~하단선 도시철도 공사 현장 인근으로 지난 13일 싱크홀이 발생한 현장과는 200여m 떨어져 있다.
이날 싱크홀은 지난 13일 먼저 발생한 싱크홀로 공사 현장을 순찰하던 사상~하단선 시공사 직원이 처음 발견했다. 부산교통공사는 ‘도로 균열’과 ‘지반 침하’를 확인했다며 일대 차선을 통제하고 지반을 파내 원인 분석에 나섰다. 부산교통공사는 노후한 측구(배수로)에서 지하수가 유입된 것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13일 발생한 싱크홀은 하수 박스와 통신시설 연결부의 장기간 누수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연달아 발생한 두 싱크홀 모두 명확한 원인과 뚜렷한 공통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시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명확히 책임지는 주체와 뾰족한 대책도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두 개의 싱크홀이 사상~하단선 1공구 위에 위치했다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공통점인데, 지난 13일 발생한 곳은 도시철도 굴착 공사가 진행 중이고 이날 발생한 싱크홀은 흙 메우기까지 모든 공정이 마무리된 상태다.
시민들은 특히 지난 13일 싱크홀 발생 지점 인근이 동서고가로를 받치는 교각이었던 점, 횡단보도 위라는 점 때문에 더 불안감을 호소한다. 자칫 동서고가로의 붕괴 위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차량과 행인들이 많이 오가는 낮 시간이었다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우려다. 이 모(사상구·35) 씨는 “이 길을 출근길로 매일 다니는데, 언제 싱크홀이 생길지 몰라 정말 불안하다”며 “이제 우회로를 찾아봐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2026년 개통 예정인 사상~하단선 도시철도 공사 구간 일대 안전성 전반에 대한 의문도 증폭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와 부산시는 도시철도 공사와 싱크홀이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도시철도 공사가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이곳 일대에 난잡하게 설치된 지하 매설물이 일차적으로 지하 공동을 형성했고, 도시철도 공사로 인해 지하수 흐름이 바뀌며 싱크홀이나 지반침하 발생이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과학기술대 첨단공학부 정진교 교수는 “도시철도 공사가 이뤄지는 곳과 양옆 인도 하부에 깔린 지하매설물 거리가 2~3m로 매우 좁은 편”이라며 “도시철도 구간으로 물길이 빠져나가고 이에 물이 떠받치고 있던 도로 양측 지반이 침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든 다시 싱크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사상~하단선 일대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부산시는 안전대책회의를 거쳐 사상~하단선 일대 싱크홀 대응 방침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